'총격범들의 확성기' 에이트챈, 결국 서비스 중단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미국에서 잇따라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들이 범행 전 성명서를 올린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에이트챈(8chan)'이 5일(현지시간) 결국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날 미 CBS방송 등에 따르면, 에이트챈의 네트워크 제공 사업자인 클라우드페어는 "에이트챈을 위한 서비스를 더는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튜 프린스 클라우드페어 최고경영자(CEO)는 "에이트챈은 스스로 불법적임을 인정했고 여러 건의 비극적 참사를 야기했다"면서 "그 게시판은 증오의 소굴"이라고 말했다.

에이트챈 측은 캐나다 업체인 비트미티게이트를 사용해 사이트 다시 열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사이트가 재개되진 않은 상황이다. 네트워크 제공 사업자가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에이트챈은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접속 자체가 원천 차단됐다.

에이트챈은 지난 3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총기를 난사한 총격범 패트릭 크루시어스가 범행 직전 인종주의를 옹호하는 성명서를 올리며 다시 주목받았다. 총격범이 에이트챈에 범행을 예고한 것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를 난사한 브렌턴 테런트, 4월 미 캘리포니아 파웨이 지역 유대교회당에서 총기를 난사한 존 어니스트도 범행에 앞서 범행 계획과 동기를 담은 온라인 선언문을 이곳에 올렸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에이트챈이 총격범들의 확성기가 됐다"고 보도했다.

에이트챈을 개설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프레드릭 브레넌은 전날 NYT와 인터뷰에서 "총기난사 소식을 들을 때마다 에이트챈과 연관성을 찾게 된다"며 "사이트를 폐쇄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사용자들만 이를 모른다"고 덧붙였다.

브레넌이 에이트챈을 만든 것은 2013년 10월. 그는 미국의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포챈(4chan)'이 지나치게 사용자 글을 규제하는 것에 불만을 갖고 새로운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후 에이트챈은 2014년 미 게임업체를 강타한 페미니즘 운동 '게이머 게이트'를 계기로 급성장했다. 포챈에서 페미니즘에 반발하는 글을 쓰다 쫓겨난 이용자들이 활동 영역을 옮겼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에이트챈은 '주류 웹사이트에서 환영받지 못한 이들이 모인 곳'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에이트챈 사이트 머리글에는 '인터넷에서 가장 어두운 곳에 오신 걸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브레넌은 2015년 해당 사이트 관리를 포기하고 온라인 사업자인 짐 왓킨스에게 소유권을 넘겼다. 이후 게시글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이트는 극단주의자들의 놀이터가 됐다. 살인자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밈(memeㆍ인터넷 놀이문화, 일종의 패러디)'을 만들어내고, 총격 범행으로 사망자가 늘어날 때마다 "고득점을 달성했다"며 칭찬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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