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콜롬비아 미혼모 특별채용, 국내도 가능할까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시내의 한 레스토랑.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보테로 그림이 벽 한가운데 걸려 있고 흥겨운 음악과 함께 프랑스식 디저트를 먹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콜롬비아 사회적 기업 '크레페스엔와플스(Crepes&Waffles)'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기에 특이할 점 하나 없는 이곳을 자세히 살펴보니 음식을 주문 받고 나르는 전체 종업원이 모두 여성이었다. 사회 초년생이라기보다는 어쩐지 연륜이 묻어 있는 모습들이었다. 크레페스엔와플스는 미혼모 등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기업이다.

크레페스엔와플스의 장점은 어린 아이가 있는 경우 규정 시간의 절반(4시간)만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탄력적으로 조정 가능하다고 한다. 현지 종업원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혜택은 1년 이상 근무하면 회사에서 사보험(Medicina Prepagada) 비용을 전액 지불해준다는 점이다. 콜롬비아 국가의료보험(EPS)은 사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병원 예약을 위해 몇 주를 기다려야 하고 서비스도 형편 없는 것으로 악명 높다.

3년 넘게 크레페스엔와플스에서 일하고 있는 앨리스 아드리아나(37)는 "17살 된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데 다른 데서 일할 때 보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경제적 안정은 물론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아울러 크레페스엔와플스는 콜롬비아 지역 발전을 위해 현지에서 생산되는 재료들만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이 때문에 농사짓는 저소득층 농부들이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미혼모를 도와주는 기업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는 사업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콜롬비아에만 160여개가 넘는 레스토랑이 영업 중이며 멕시코와 칠레, 브라질 등에도 지점이 생겨나는 중이다. 세계은행(2018)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6190달러. 우리나라는 3만600달러다. 우리나라엔 아직까지 미혼모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이 하나도 없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