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가 흑인? 못생겨서 안 돼” 할리 베일리 캐스팅, 인종차별 논란

디즈니 스튜디오는 4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할리 베일리가 새 ‘인어공주’ 실사영화에 캐스팅 됐다”고 밝혔다/사진=디즈니 인스타그램 캡처

[아시아경제 김가연 인턴기자] 인어공주 실사영화 주인공에 흑인 배우가 캐스팅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은 배우를 향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는 흑인 배우를 둘러싼 혐오적 시선은 보편적 인류 피부색을 백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각이며, 이는 곧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디즈니 스튜디오 측은 4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할리 베일리가 새 ‘인어공주’ 실사영화에 캐스팅 됐다”고 발표했다. 할리 베일리는 자매 듀오 ‘클로이X할리’로 활동하는 흑인 가수로, 지난해 개봉한 디즈니 영화 ‘시간의 주름’에 출연하기도 했다.

감독을 맡은 롭 마셜은 “할리 베일리는 이 역할에 본질적으로 필요한 요소들인 정신력, 마음, 젊음, 순수함 뿐 아니라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있다”고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및 해외 누리꾼들은 “에리얼은 백인인데 흑인인게 말이되냐”, “흑인인건 둘째 치고 못생겨서 안 된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한 해외 누리꾼은 “인종차별주의자처럼 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모두가 인어공주는 빨간머리의 백인이라는 것을 안다. 만약 흑인이나 동양인 캐릭터를 백인 배우로 캐스팅한다면 그들도 화를 낼 것”이라면서 “영화를 각색할 거라면 캐릭터의 특성과 인종 정도는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스파이더맨의 연인인 MJ(메리 제인) 역을 맡은 젠다야 콜맨 또한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이후 같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사진=네이버 영화

각색 과정에서 이러한 논란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에는 연극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의 헤르미온느 역에 흑인 배우 노마 드메즈웨니가 캐스팅 돼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확산하자 원작자 조앤 롤링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헤르미온느를 묘사하는 문장에 ‘백인’은 없었다”라며 “나는 흑인 헤르미온느를 사랑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 개봉한 마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시리즈 또한 제작 전 흑인 배우 기용으로 한차례 논란을 겪었다. 스파이더맨의 연인인 MJ(메리 제인) 역을 흑인 혼혈인 젠다야 콜맨이 맡게 되자, 해외 팬들은 “MJ는 백인인데, 왜 흑인 배우를 캐스팅하냐”, “젠다야는 붉은 머리가 아니기 때문에 MJ가 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은 “원작이 영화화가 될 때 캐릭터가 바뀌는 것을 원작 팬들이 싫어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캐릭터는 그 또는 그녀의 피부색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영웅과 조연 캐릭터들이 대부분 백인인 원작들을 계속 영화화하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다양성을 더 반영하는 데 익숙해져야 된다”라고 옹호했다.

이밖에도 최근 개봉해 흥행열풍을 일으킨 ‘알라딘’ 또한 윌 스미스를 지니 역으로 캐스팅했으며, 지난 2016년 개봉한 ‘고스트버스터즈’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각색하면서 기존의 남성 캐릭터들을 여성 캐릭터로 바꾸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디즈니가 자신들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설정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 아니냐”, “시대가 바뀌었으니 각색하면서 시대에 발맞춰 가는 것”이라며 할리 베일리를 지지하는 의견도 나왔다.

할리 베일리는 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꿈이 현실이 됐다”며 인어공주 캐스팅 확정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다/사진=‘클로이X할리’ 트위터 캡처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중문화평론가는 작품 주인공이 백인일 필요는 없고 인어공주 작품의 경우 정작 개봉이 되면 또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원작과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뮬란이라든가 모아나의 경우 아시안, 폴리네시안으로 지역과 인종이 특정되지만, 에리얼은 인어라는 다른 종족이기 때문에 꼭 백인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라면서 “‘인어공주’는 안데르센 원작이 맞지만, 사실 그건 인종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어떤 사람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백인을 보편적인 인류로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화 ‘알라딘’에서도 지니가 흑인일 것이라고 생각해 본 사람은 별로 없는데도,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딱 맞네’라고 느껴지지 않나”라며 “사람들이 지금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개봉 후에) 전혀 다른 종류의 뭔가를 보여줬을 때 이런 얘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불식될 거라고 본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황 평론가는 ‘디즈니가 과도한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를 추구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과도한 PC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이른바 역차별론자인데, 그들은 기존에 있는 차별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역차별만 먼저 본다”라며 “백인을 하나의 보편인류로 삼는 것을 문제의식 없이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기 때문에, 다른 인종을 역할에 집어넣는 것만 굉장히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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