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김민영기자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김민영 기자] 일본 정부가 오는 4일부터 한국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경제제재를 발동한다. 수출 과정에서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화이트 국가' 명단에서도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사실상의 수입통제이자 금수 조치에도 돌입한다. 모두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본격적인 보복조치로 읽힌다. 일본의 이 같은 조치는 반도체 생산에 당장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것이어서 향후 우리나라 수출과 경제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NHK 등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및 TV용 반도체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경제산업성은 "한일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황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수출을 관리하기 어려워진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앞으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 가스), 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을 수입할 때마다 경제산업성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이들 품목은 반도체와 TVㆍ스마트폰 제조 과정의 필수 품목으로, 일본 업체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70~90%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징용 배상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풀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의 금수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경제산업성은 미국, 영국 등 27개 우방국을 대상으로 한 화이트 국가 명단에서도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8월 중 시행령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이트 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며 향후 파장을 우려했다. 반도체 관련 품목 외 나머지 첨단소재에 대해서도 수출 통제에 나서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조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이 나온 지 8개월여 만이다. NHK는 "한일 간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황이라고 정부가 판단한 것"이라며 "강제징용을 둘러싼 문제 등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수출 제재 방침이 공개되면서 G20 의장국으로서 자유무역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잇따를 전망이다.
전자업계는 국산 대체품을 찾는 상황이지만 일부 품목의 경우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7시30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녹실회의를 열고 일본의 대한국 수출제재 움직임과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참석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관련 기업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수입선 다변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비슷한 소재를 생산하는 일부 중소기업 제품이 실제 공정에서 사용이 가능하기까지 테스트에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소재 수출 제한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돌출하면서 우리나라 하반기 경제 전망은 더 어둡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