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백악관 기자회견
"관세 영구적일 수도, 협상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전면적 상호관세 유예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관세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7일(현지시간) 밝혔다. 다만 관세 발효 후 교역 상대국과의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대미 보복관세를 예고한 중국에는 맞대응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50% 더 올려 총 104%의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9일 전면 발효 예정인 상호관세 유예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는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오늘 아침 일본 총리와 통화했고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많은 국가가 우리와 협상하러 오고 있고 그들은 공정한 거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즉각 "가짜 뉴스"라고 반박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 발효 유예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 미국은 지난 2일 전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발표한 상호관세 중 10%의 기본관세를 지난 5일 발효했고, '최악의 침해국'에 부과되는 징벌적 추가 관세를 9일 발효한다.
그는 "모든 국가와 공정하고 좋은 거래의 문을 열 것"이라며 "영구적인 관세가 있을 수도 있고, 관세를 넘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협상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만이 아니라 비금전적 관세가 있다"며 교역 상대국에 비관세 장벽 철폐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앞서 발표한 상호관세를 9일 예정대로 전면 정상 발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각국과의 개별 무역 협상을 통해 관세율 인하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맞불 관세'를 예고한 중국에는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그는 "알다시피 중국은 내 발언에 대항해 기존의 터무니없는 관세에 더해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며 "중국이 내일 낮 12시까지 철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미 부과한 관세 위에 추가로 50%를 더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좋은 관계이고, 그 관계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면서도 "이번이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언급했다.
앞서 중국은 미국이 지난 2일 발표한 34% 상호관세 부과에 반발해 미국산 수입품에 같은 수준인 34%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에 기존 발표한 관세에 더해 5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며 재보복을 예고했고,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방침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후 이미 중국에 추가 관세를 10%씩 두 차례 부과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가 현실이 되면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는 트럼프 2기 출범 후 무려 104%로 올라가게 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SNS에서 중국과의 모든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언급한 뒤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은 즉시 시작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일단 강대강으로 맞붙으며 미·중 간 관세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확산, 무역 전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불만을 드러내 온 유럽연합(EU)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EU는 미국의 무역에 실제로 피해를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미국에 대항하는 통합된 세력과 약간의 독점적 상황을 만들기 위해 결성됐다"고 주장했다. EU가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방법의 하나로는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거론하며 "그들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 에너지를 구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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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에 기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상호관세 부과는 "우리나라의 뼈대를 바꿀 기회이자 우리의 무역 테이블을 재설정할 기회"라며 "정말 공정하고 미국에 이익이 되는 거래를 성사할 수 있다면 이것이 아메리카 퍼스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미국을 우선이 아닌 마지막에 뒀지만 우리는 더 이상 그렇게 두지 않겠다"며 "이제는 미국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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