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소방서 김동석 소방위, 연합뉴스 기고
3월 27~28일 경북 산불 현장 출동해 분투
"소똥 붙은 불 얼마나 무서운지 절감했다"
지난달 27~28일 경북 산불 현장에 출동한 인천의 한 소방관의 '1박 2일 분투기'가 전해져 화제다. 연합뉴스는 7일 김동석 인천 계양소방서 소방위가 보낸 기고문을 소개하며 "소화전도 드물고, 가로등도 없는 시골길을 오가며 가축 분뇨에 붙은 불을 끄려고 애를 써야 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김 소방위는 "소똥에 붙은 불이 얼마나 무서운지 처음 절감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김 소방위가 지난달 27일 처음 출동한 현장은 경북 영덕의 한 한우 축사였다고 한다. 그는 "산 쪽에 가축분뇨 적치장이 있고, 길 건너에 축사가 있었다. 축사는 전날의 화재로 크게 훼손된 상태였다. 바닥에 남은 소똥과 왕겨에서 계속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며 "더 큰 문제는 길 건너 산기슭에 쌓인 소똥이었다. 볏짚과 섞인 데다 마른 소똥은 불이 잘 붙고, 일단 불이 붙으면 잘 꺼지지도 않았다. 겉에 물을 뿌려도 속에는 불씨가 살아 있을 때가 많았고, 바람이 강한 탓에 언제든 불꽃을 일으켜 산불로 번질 위험이 있었다. 3명이 팀을 이뤄서 한명은 물을 뿌리고, 2명은 소똥을 갈퀴로 뒤집기를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시와는 달리 산기슭에 농가가 있어 소화전이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김 소방위는 "물이 떨어질 때마다 누군가가 10∼15분 거리의 소화전이 있는 곳으로 소방차를 몰아 물을 채우러 가고, 나머지 2명은 불길이 번지지 않게 현장을 지켜야 했다"며 "요즘 '티맵' 앱을 보면 전국 어느 곳에서나 소화전을 찾을 수 있다. 소방차가 물을 채우러 간 동안 불길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주변으로 번지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악전고투 끝에 다행히 산으로 불이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내 밤이 찾아왔고,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119 신고가 쇄도했고 김 소방위는 오후 8시께 영덕의 한 축사 마당에 쌓여 있던 사료용 볏짚이 불타는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는 "포클레인까지 동원했지만,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았다. 다른 지역 소방차와 합동 작전을 펼쳤다. 한 대가 불을 끄는 동안 다른 소방차가 소화전에 물을 채우러 갔다. 나도 급수 지원을 하려고 끊임없이 현장과 소화전을 오갔다"면서 "좁고, 허술하게 포장된 시골길이 물을 가득 실은 소방차 무게를 이기지 못해 꺼지기라도 하면 전복 사고가 날 위험이 있었다. 산속이라 가로등도 없는 가운데 짙은 연기 속에서 물을 실어 나르는 내내 신경이 곤두섰다"고 했다.
불길을 잡으려 사투를 벌이는 동안 시간은 자정을 넘었다. 김 소방위는 "27일 오전 2시에 일어났으니 )28일 오전 1시까지) 23시간째 쉬지 않고 사투를 벌인 셈이었다. 체력에 한계를 느끼고 지휘 본부에 교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집결지인 영덕 무형문화재전수관으로 복귀한 그는 2시간쯤 눈을 붙이고 28일 오전 5시 42분께 다시 출동 명령을 받았다. 이번에는 영덕의 한 축사에 쌓인 대량의 사료용 건초에 불이 붙어 있었다. 포클레인 지원을 요청하고 직접 건초 더미를 뒤집으며 물을 뿌리길 반복했고, 매캐한 연기로 숨쉬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전 8시 58분까지 작업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는 "오전 9시 30분께 집결지로 복귀한 후에야 간단한 샤워와 늦은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다. 1박 2일 분투가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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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방위는 "이번 의성 산불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국가적 재난"이라며 "현장에서 절실히 느낀 것은 작은 불씨 하나가 얼마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경각심이었다. 산불 예방을 위한 철저한 대비와 시민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조한 날씨 속에서 작은 부주의가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불러올 수 있음을 기억하고, 산불 예방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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