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경서 중미 이민자 부녀 익사…'미국판 쿠르디' 충격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중미 국가 출신 이민자들의 충격적인 인권 실태가 속속 공개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경 인근 강가에서 23개월 된 딸과 함께 사망한 남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되면서 2015년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던 난민 꼬마 알란 쿠르디와 같은 '난민의 비극'이 재현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멕시코 언론 라 요르나다 소속 기자 줄리아 르뒤크는 전날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있는 리오그란데강에서 엘살바도르 출신의 한 남성과 23개월 된 딸의 숨진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 속의 부녀는 강 기슭에서 엎드려 숨진채 발견됐다. 남성이 입고 있던 상의는 가슴팍까지 올라가 있었으며, 딸은 얼굴을 남성의 상의 안에 묻고 팔로 남성의 목을 감싸 쥔 모습이었다.

AP는 이 사진에 대해 "폭력과 빈곤을 피해 도망쳐 미국에 망명하는 것을 통해 희망을 찾고자했던 중미 국가 출신의 이민자들이 대부분인 최근 이민 위기의 위험성을 부각하고 있다"면서 2015년 3살 짜리 시리아 난민 쿠르디의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사진 공개 직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ㆍ암로) 멕시코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면서 "사막을 지나거나 강을 건너면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아 우리는 항상 미국이 더 많이 (이민을) 거부하는 것을 비판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민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라고 지침을 내렸다면서 미국과 맞닿은 북부 국경에서 이민자 체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진 공개는 미 국경에서 이민자 아동들이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고 있다는 실태가 폭로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최근 인권단체 변호사들은 이민자 아동들이 미 텍사스주 클린트와 맥컬렌에 있는 아동 구금시설에서 비누, 치약은 물론 씻을 물조차 없어 비위생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고 공개했었다. 보호시설도 포화상태에 이르러 일부 아동들을 다른 보호시설로 옮겼지만 그 마저도 보호할 곳을 찾지 못해 클린트 구금시설로 돌아오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이날 존 샌더스 세관국경보호국(CBP) 국장대행은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구체적 사임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내가 성공적으로 업무를 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겨두겠지만 CBP 직원들을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내 경력에 가장 만족스럽고 성취감을 주는 일이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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