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로봇 비서' 뜬다…단순업무 맡기니 月4000시간 단축

단순 반복업무 전담 'RPA', AI처럼 빅데이터 필요 없어
물류 정보 입력 및 확인 등 단순 작업 시간 대폭 단축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기업들 미래 먹거리로 점찍어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 IT 회사에 근무하는 김현성(가명) 차장은 미팅을 요청하는 고객의 메일이 오면 자신의 '비서'에게 그대로 넘긴다. 이 비서는 다름 아닌 소프트웨어(SW) '로봇'이다. SW로봇은 메일 내용을 인식해 이해하고 미팅 장소로 쓸 회의실을 예약한 뒤 고객의 사무실 출입을 위한 방문신청 등의 업무도 자동으로 실행한다. 김 차장은 고객과 만나기 위해 해야하는 단순한 업무들은 SW 로봇에 맡기고 결과만 메신저로 받아 보면 된다.

#. 직장인 김영수(가명)씨는 스마트폰이 고장나자 메신저를 통해 수리를 접수했다. 친절하게 응대에 나선 이는 상담원이 아닌 '챗봇'이다. 챗봇은 김씨의 보험 가입 여부와 보험번호를 묻고 수리를 위한 조치를 취한다. 김씨의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가까운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접수하는 것까지 기존에는 상담원이 했던 업무를 일사천리로 척척 해낸다.

SW로봇이 '주 52시간 근무 시대'의 업무 환경을 확 바꿀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라고 불리는 이 SW로봇은 빅데이터가 필요한 인공지능(AI)과 달리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대상으로 해 구축 비용이 저렴하고 신속하게 효과를 볼 수 있어 도입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들도 SW로봇 성장성을 높게 보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18일 IT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최근 물류 사업에 SW로봇을 투입해 월 4000시간 분량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효과를 거뒀다. 수십명의 직원이 각 지역별 항공사와 선사 사이트 60여개에 매일 접속해 화물의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입력하는 업무가 있었는데 이를 SW로봇에 맡겼더니 직원 수와 근무 시간 등을 감안하면 4000시간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SDS가 개발한 이 SW로봇의 명칭은 '브리티웍스'로, 기업의 업무 자동화에 필요한 핵심 기능과 함께 자동화시 오류를 미리 예방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 SW로봇의 효율성과 경제적 효과 등이 입증되면서 삼성SDS는 삼성 관계사를 포함해 제조, 유통, 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에 적용하고 있다. 해외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도 추진 중이다.

◆단순ㆍ반복 업무는 SW로봇이 '척척'=삼성SDS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IT서비스 기업들도 일제히 자체 SW로봇 솔루션을 개발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 CNS는 'RPA 태스크포스'를 꾸려 표준 솔루션을 선정해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LG 계열사와 함께 300개가 넘는 과제를 발굴해 실제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사내시스템, 세금계산서, 영수증 등으로부터 SW로봇이 데이터를 추출하고 직접 엑셀로 데이터를 요약해 이메일을 발송하게 했다. 매 월말에 집중되는 정산 업무를 SW로봇이 확 줄여주는 것이다. 내부 업무에도 SW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기한 내에 협력업체의 견적서가 오지 않으면 SW로봇이 담당자에게 자동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이는 LG CNS의 해외법인에도 적용되고 있다.

SK C&C는 최근 기업용 챗봇 솔루션 'AIS'를 내놨다. 기업들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다양한 업무 지원 역할을 수행하는 SW로봇이다. 특히 수집되는 수많은 질문에서 유사도가 높은 문장을 묶어 대화 모델을 자동 생성ㆍ분석함으로써 스스로 질문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SK C&C는 AIS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데이터 분석 작업 시간을 절반 이상으로 줄였다.

신세계아이앤씨도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영업 마감, 세금계산서, 매출 실적 및 재고관리 등 분야에 SW로봇을 도입해 기존 업무시간 대비 70% 시간을 단축했고 판매관리비 마감 등 단순 반복 작업의 경우 93% 이상 업무시간 절감 효과를 봤다. 손정현 신세계아이앤씨 IT사업부 상무는 "RPA를 통해 데이터 조회, 비용 정산, 보고서 작성 등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업무시간을 절감한 것은 물론 업무의 정확도 역시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주 52시간 근무'…SW로봇 시장 12억달러 규모로 성장=기업들이 SW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주52시간 근무'와도 맞물려 있다. 효율적으로 근무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기업들의 과제가 된 상황에서 빠르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금융권을 중심으로 여신, 보험 지급 등과 관련된 서류 내용에 대한 검수 및 확인 등 의사결정이 필요 없는 업무에 널리 확산되고 있다.

시장 규모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2021년에는 12억2400만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또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올해 말까지 매출 10억 달러 이상 대기업 가운데 60%가 RPA를 도입하고 2022년 전 세계 대기업의 85%가 업무에 RPA를 적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섭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RPA는 기존 사무실의 단순반복 업무를 대체할 주요 방법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머신러닝, 자연어처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단순 반복업무뿐만 아니라, 인력간 상호작업이 요구되는 고차원적 업무에도 로봇자동화 기술이 적용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8040509351633224A">
</center>김철현 기자 kc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4차산업부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