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쫓기는 최저임금'…최종결정 10월로 늦춰 현장 혼란 우려

-노사 이의제기 수용 가능성 줄고…정부 예산안 반영에 어려움
-20일 내 구간설정 위원 추천해야…국회 법안 처리도 가시밭길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을 발표하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정부가 2020년도 최저임금을 예년보다 두 달 늦은 10월에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새롭게 바뀐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적용되는 한편 결정기한까지 뒤로 밀려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지면서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최저임금안에 대한 노사의 이의제기가 수용될 여지도 적어졌다.

1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부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부칙을 보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점을 10월 5일까지로 못박았다. 지금까지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라 매년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고시한 것을 감안하면 두 달 뒤로 밀리는 셈이다. 고용부 장관이 최임위에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는 기한도 종전의 3월31일에서 5월31일로 연기됐다. 새 결정체계 적용을 준비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다.

그러나 최저임금 결정기한이 늦춰지면 산업 현장의 혼란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변동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임금 조정이 필요한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물론 최저임금과 연동된 각종 보조금과 실업급여 등 정부 예산사업도 마찬가지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정부에서 여러가지 사업을 하는데 예산 편성을 할 때 최저임금과 연동돼서 하는 경우가 많다"며 "34개 사업들이 최저임금과 연동된 상태다. 너무 늦게 결정되면 정부 예산을 편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9월 초까지 국회에 제출돼야 하는데, 최저임금은 그보다 늦게 결정되는 셈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안에 대한 노사의 이의제기가 수용될 여지도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2019년도 최저임금안(8350원)을 놓고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잇달아 이의제기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이 거셌다. 소상공인 단체는 최저임금 불복을 선언하며 대규모 집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고용부는 최저임금 고시 시한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최저임금 재심의에 소극적 입장을 취했고, 결국 이의제기를 반려했다.

한편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30여년만에 개편되는 만큼 국회 법안 논의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최임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국회는 정부안이 담긴 신 의원 법안을 중심으로 3~4월 내에 이를 심의·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70여건이 계류돼 있어 법안 처리까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또한 노동계가 최저임금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고용부 장관의 추천 요청을 받은 날부터 20일 내에 구간설정위 위원을 추천해야 한다'는 개정안 규정을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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