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값 오를라' 발주 서두르는 선주…'빅2 합병' 후폭풍

글로벌 조선·해운업계,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에 따른 영향 ‘촉각’

[아시아경제 국제경제팀 기자] 세계 1·2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이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글로벌 조선·해운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선박 건조 가격 인상 가능성에 발주를 서두르는 선주가 있는가 하면 중국 조선업체들은 경쟁력 하락을 우려해 합병을 서두르고 있다.

22일 영국 선박중개기관인 깁슨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 대형 조선업체들의 건조 여력이 고갈되기 전에 세계 주요 해운사들이 발주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중형 유조선(MR탱커) 발주가 연초부터 밀려들고 있는 가운데 이들 선종에 강점을 가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병 후속 작업으로 생산시설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

선박 주문량은 늘어나는데 배를 만들 곳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고서는 올해 들어서만 최소 VLCC 12척과 MR탱커 11척이 발주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선종도 마찬가지다. 보고서는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 발주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경쟁사와 비교해 압도적인 강점을 가진 선종이다.

보고서는 선박 건조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카타르 정부의 대규모 LNG 운반선 발주 계획이 뱃값 인상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했다. 국영석유기업인 카타르 페트롤륨은 110억 달러(약 12조3585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60척 발주를 확정한 상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 1년간 MR탱커 선가가 꾸준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같은 기간 VLCC도 1000만 달러 가까이 올랐다고”고 말했다.

양사의 합병이 글로벌 조선업계에도 지각 변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세계 1위 자리를 다투는 중국 조선업계의 합종연횡이 더욱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 민영조선사 양쯔장조선의 런 위안린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 이후 한국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계속 자금을 수혈한다면 경쟁 환경이 더욱더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앙 정부로부터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아온 중국선박공업집단(CSSC)과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 합병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자국 내 수주량 1·2위인 CSSC와 CSIC에 대한 예비 승인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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