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베네수엘라 탈출 여성들 성매매 내몰려'

베네수엘라 야당 지지자들의 시위. 자료사진. 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에서 탈출한 여성들이 성매매에 내몰리는 등 고난을 겪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간호사였던 마리사(가명)가 대표적 사례다. 그녀는 어머니와 세 아이를 남겨 둔 채 2년 전에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로 갔었지만 마땅한 직업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성매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5년간 간호사로 교육을 받았지만 내가 일했던 직업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갔었지만 한달 15일을 일해 번 돈으로는 겨우 밀가루 한 자루를 사는 것으로 족할 뿐이었다. 심지어 기저귀같은 것은 구할 수도 없었다. 마리사는 CNN에 "사람들이 다음날 아침에 나눠주는 번호표를 받기 위해 밤중에도 가게 주변에서 기다린다"며 "고를 수는 없고 오직 창고에 있는 무엇인가를 사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결국 그녀는 가족들에게 보낼 기저귀와 생필품들을 구하기 위해 콜롬비아에서도 가장 실업률이 높은 국경도시인 쿠쿠타로 올 수 밖에 없었다. 마리사는 "어머니가 당신이 하는 일을 알게 되면 이해하겠냐"라는 질문에 "가슴 아파하겠지만 나를 심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갈라진 목소리로 답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 수출로 발생한 수익을 차베스 전 대통령과 마두로 현 대통령이 인프라 조성, 산업 발전 등에 쓰지 않고 포퓰리즘적 정책에 쏟아 붇는 바람에 유가 하락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에 처해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300만명 이상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난민 대열에 합류했으며 인접국인 콜롬비아로에만 100만명이 이주했다.

전직 변호사인 말샤(가명)도 64세의 부모님들에게 두 아이들을 남겨 둔 채 일주일 전에 콜롬비아에 도착했다. 말샤는 "베네수엘라에선 겨우 아이들에게 아침식사만 구해 줄 수 있고 점심은 가끔이었다. 아이들을 매일 굶긴 채 재워야 했다"고 호소했다. 그녀는 콜롬피아에서 청소부나 유모로 일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지만 매번 실패했다. 그녀는 "내 삶에서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에 빠진다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며 "베네수엘라에 있을 때, 나는 미쳐버릴 지경이었는데, 여기서도 살아남기 위해 보기 좋지 않은 일을 하고 있어서 미치겠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은 전문직 여성들 뿐만이 아니다. 17세의 에리카(가명)는 생후 7개월된 아들을 품에 안고 국경을 건너 콜롬비아에 도착한 후 직업을 구할 수 없어 몸을 팔고 있다. 그녀는 "마두로와 그의 정부가 아니었다면 나는 수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었다"며 "꿈을 이룰 수 없지만 나는 어머니로서 할 수 있는 어떤 것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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