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기자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자유한국당의 ‘5시간30분 단식’ 역풍은 정치 ‘네이밍’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결과적으로 단어 하나를 잘못 선택하면서 정치 호재를 악재로 바꿔놓을 위기에 놓였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부터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강행은 야당이 칼날을 세울 수 있는 호재였다.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선언은 설 민심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이었다. 한국당은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규탄 릴레이 단식’ 계획을 마련했다. 좌파 독재, 초권력형 등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한 단어보다 여론의 시선을 모은 것은 릴레이 단식이었다.
의원 4~5명이 조를 이뤄서 오전 9시에서 오후 2시30분, 오후 2시30분에서 오후 8시까지 5시간30분씩 국회 로텐더홀 계단 옆에서 농성하는 방식이다. 한국당은 ‘투쟁기간 중 단식’이라는 행동규정을 마련했다.
의원들은 5시간30분씩 앉아 있다가 교대할 경우 얼마든지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식이라는 네이밍은 논란을 자초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밥 먹고 와서 단식, 앉아있다 밥 먹으러 가는 단식, 이런 단식은 들어본 적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단식 내용이 알려지자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수세에 몰릴 위기에 놓였던 여당도 역공에 나섰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웰빙정당의 웰빙단식, 투쟁 아닌 투정을 증명한 셈”이라고 .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야당의 절박함을 말꼬리 잡기와 깐죽거림으로 왜곡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지만 여론의 기류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당은 다음 달 1일까지 예정대로 국회 보이콧을 이어갈 생각이다. 2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를 연 것도 투쟁 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이 자리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당 대표 후보군에 오른 이들까지 참여하면서 힘을 실었다.
일요일 오후 시간인데 전국에서 의원, 당원, 당직자들이 모여 야당의 세를 과시했지만 여론의 관심은 다른 곳에 쏠렸다.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에서는 한국당의 단식을 비꼬면서 TV 개그프로그램보다 더 웃기는 상황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국당 내에서도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단식의 방법이 아닌 항의 농성이란 이름을 붙였으면 좋았을 텐데 단식이라고 한 것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당은 릴레이 단식이라는 말 대신에 릴레이 농성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상황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당의 애초 의도와는 다른 양상으로 여론의 흐름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5시간30분 단식을 둘러싼 논란은 설 사랑방에서 술자리 안주용 화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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