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사회교과서, 국정→검정으로 전환되면…

"자율성 확대 vs 이념논란 재연" 엇갈리는 평가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정부가 현행 초등학교 국정교과서를 검정화하기로 한 것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시각을 현장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해서다. 하지만 교과서 검정 전환이 곧바로 교과서의 질적 제고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초등 교육에서부터 이념 논쟁이 불거질 우려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교육부는 3일 밝힌 '교과용도서 다양화 및 자유발행제 추진 계획'에 따라 오는 2022년부터 초등 3∼6학년 사회ㆍ수학ㆍ과학 교과용도서 65책을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꾸기로 했다.현재 초등학교 교과서 가운데 예ㆍ체능과 영어를 제외한 국어ㆍ도덕ㆍ수학ㆍ사회ㆍ과학은 국정인데 다양한 교과서 발행으로 교과서 품질을 높이고 학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일부 과목을 검정으로 바꾼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다만, 초등 1∼2학년 전 과목, 국어 등 기초교육이나 국가 정체성 관련 교과는 국정 체제를 유지한다. 또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현행 국정도서는 새 검정교과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용한다.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서 발행을) 권력의 형태로 규제하기보다는 민주적 절차에 대한 기본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논란을 해결하는 장치라고 판단했다"며 "국가 권력이 각 분야 전문가의 견해를 지나치게 침해하면 안 된다는 게 현 정부의 기본적인 인식"이라고 강조했다.가장 논란이 되는 과목은 사회 교과서다. 초등 사회 과목에는 역사, 지리,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내용이 담기게 되는데 교사나 학교재단의 이념적 판단에 따라 민감한 내용이 담긴 검정교과서가 채택될 경우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관과 국가관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일례로 오는 3월부터 초등 6학년 학생들이 공부할 사회 교과서의 경우 당초 지난해 현장검토본에는 촛불집회 사진 두 장이 실릴 예정이었으나 현 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는 반발에 부딪혀 최종적으로는 한 장만 들어가는 쪽으로 수정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단원 도입 부분에 전면 배치된 촛불집회 사진 한 장을 학생들의 활동 페이지로 대체했다"며 "다만 본문에서 사회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는 참여방식을 설명하는 예시로 쓰인 사진은 그대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집필 및 편찬기준이 비교적 명확한 국정교과서 제체 하에서도 이같은 혼란이 생기는데 검정화할 경우 교과서의 이념 편향성 논란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교과서를 발행하는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지난 정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과정에서 보았듯 자칫 초등학교 교실에서마저 문구 하나, 단어 하나로 정치 논리에 치우친 소모적인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며 "아직 핵심개념 위주로 공부해야 할 초등학생들에게 다양한 검정교과서가 큰 교육적 효과가 있을지도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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