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쌍릉 대왕릉서 최장 무덤길 확인

"고고학적으로 무왕 무덤일 가능성 더욱 커져"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백제 무왕의 왕릉으로 추정되는 익산 쌍릉(사적 제87호) 대왕릉에서 길이 21m에 이르는 묘도(墓道·무덤길)가 확인됐다. 익산시와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는 지난 5월부터 백제시대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굴식돌방무덤)인 대왕릉 주변 시설을 조사해 백제 왕릉급 무덤 가운데 가장 긴 묘도를 발굴했다고 20일 전했다. 최대 너비는 6m, 최대 깊이는 3m다. 너비는 무덤방인 석실(石室) 안으로 들어갈수록 좁아진다. 바닥 높이는 석실 입구가 80㎝ 정도 높게 형성됐다. 최완규 소장은 "얼마나 장엄한 장례의식이 치러졌는지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했다.조사단은 대왕릉을 피장자가 생전에 미리 준비한 무덤인 수릉(壽陵)으로 볼 근거도 찾았다. 최 소장은 "대왕릉은 석실을 먼저 만들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긴 묘도를 조성했다"며 "길이 21m의 묘도는 시신을 납입하기 위해 마련됐다. 석실을 축조하기 위해 낸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묘도도 존재한다"고 했다. "석실을 만들 때 사용한 묘도는 길이가 훨씬 짧다"며 "석실을 완성한 뒤에 일부러 폐쇄한 것 같다"고 했다.쌍릉은 180m 간격이 있는 대왕릉과 소왕릉으로 구성된다. 설화 서동요(薯童謠)의 주인공으로, 익산에 미륵사라는 거대한 사찰을 세운 무왕과 선화공주가 각각 묻혔다고 알려졌다. 국립전주박물관이 1917년 야쓰이 세이이쓰(谷井濟一)의 조사에서 수습한 치아를 조사해 20∼40세 여성의 것으로 발표하면서 무덤 주인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됐다. 약 100년 만에 재개된 조사에서는 대왕릉의 현실(玄室·시신을 넣은 널이 안치된 방) 규모가 드러났다. 육각형 현실은 길이가 378㎝, 너비가 176㎝, 높이가 225㎝다.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서 가장 큰 무덤으로 알려진 동하총 현실보다 넓다. 조성 과정에서 대형 화강암을 매우 정교하게 다듬어 사용했으며, 사비도읍기 백제 왕릉급 무덤 가운데 처음으로 흙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판축 기법으로 봉분을 만들었다.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현실 내부 관대에 놓인 나무상자 속 인골을 분석해 "60대 전후 남성 노인, 키 161∼170.1㎝, 사망 시점은 620∼659년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7월 발표한 바 있다. 최 소장은 "대왕릉에서 긴 묘도가 발견되고, 수릉으로 간주할 단서가 나오면서 고고학적으로 무왕 무덤일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이어 "내년 봄께 쌍릉 소왕릉의 발굴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문화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