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곤기자
초등학생.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초등학생 희망직업 조사에서 ‘유튜버’로 불리는 인터넷방송 진행자가 10위권 안에 포함됐다.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지난 13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18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기준 인터넷방송진행자가 희망직업 5위(4.5%)에 올랐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관심 있어 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거기에 수익도 얻을 수 있어 장래희망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문제는 초등생들의 장래희망이 될 정도로 성장한 분야인 만큼, 10대를 위한 안전장치가 있냐는 것이다. 가치관이 성립되어 가는 초등생들이 각종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에 그대로 노출돼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유튜브에서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는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성인만 볼 수 있는 영상은 성인 계정으로 로그인해야 볼 수 있지만, 영상을 소개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미지는 누구나 마음대로 볼 수 있다. 이를 소개하는 선정적인 제목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가 하면 사실상 범죄 수준의 엽기 행각을 보이며 구독자를 확보하는 유튜버도 있다. 해당 유튜버는 관련 규정에 따라 계정이 정지됐지만, 수위만 다를 뿐 일부 성인 유튜버들은 꾸준히 자극적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등생들이 그대로 보고 따라 할 수도 있다. 일부 초등생들의 경우 ‘엄마 몰카’의 콘텐츠를 만들거나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엽기적인 콘텐츠도 만들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사진=연합뉴스
가짜뉴스 역시 초등생이 여과 없이 그대로 수용, 좋지 않은 가치관을 성립할 수 있다. 일례로 한 유튜버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에 걸렸다는 취지로 방송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성인들은 관련 뉴스를 찾아 사실이 아닌 가짜뉴스인 것을 알아낼 수 있지만, 초등생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짜뉴스임을 알아채기가 어렵다.종합하면 초등생들 사이에서 유튜버가 장래희망이 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지만, 이들이 보고 듣는 콘텐츠에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상들도 있어 성장기 초등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초등생을 포함한 청소년들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한 ‘2017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초·중·고 조사대상 학생 4500명 가운데 26.3%가 유튜브를 통해 유해 영상물을 시청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시청 유해 영상물 종류로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영상이 20.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야한 내용의 영상이 12.2% △유명인 비방 내용 10.6% △청소년 불법 행동 내용 5.7% △거짓 광고 및 돈거래 영상이 4.2%였다.유해 영상 시청에는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유튜브를 통해 유해 영상물을 시청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에게 시청 시 어떤 제약을 경험했는지 물었을 때, ‘별다른 제약 없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44.0%로 집계됐다. 학생 10명 중 4명은 아무런 제약 없이 유해 영상물을 시청했다는 셈이다.선정적이고 원색적인 욕설인 악플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발생한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 신고는 14,908건으로 지난 2013년(6320건)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두 배 이상 치솟았다.이런 악플은 실제 우울증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한 사례에 따르면 성인들의 경우도 악플로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거나 심하면 입원까지 할 수 있다. 악플로 인해 초등생들이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한편 전문가는 아이들 등 청소년들이 유튜브 등 미디어에서 어떤 부작용과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분석해,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