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주기자
화장품 로드숍 매장들이 모여 있는 명동 거리 모습.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K-뷰티’ 신화를 이끈 화장품 로드숍이 로 한계를 드러내며 화장품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그간 누적된 내수 경기 침체와 경쟁심화, 온라인 쇼핑 증가와 헬스앤뷰티(H&B)스토어 부상 등 바뀐 유통구조, 중국인들의 수요 감소 등 해외 변수에 적응하지 못한 화장품 로드숍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 사실상 K-뷰티의 대부분이 화장품 원브랜드숍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위기는 화장품 산업 전체의 위기로 받아들여진다.◆2000년대 초반과 2010년 중국發 전성기…‘사드’에 직격탄= 화장품 로드숍 시장의 시작은 3300원짜리 화장품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에이블씨엔씨의 ‘미샤’였다. 저렴한 가격과 지하철역 인근의 접근성 좋은 매장을 내세우며 화장품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방문 판매 방식이 많았던 화장품 업계에 미샤 같은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스킨푸드 등이다. 아모레퍼시픽 또한 변화에 맞춰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등 브랜드숍을 내놨다.이후 로드숍 브랜드들은 내수 침체와 경쟁 심화 등으로 위기를 겪었으나 2010년께부터 다시 살아났다. 한류 열풍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요우커)과 다이궁(보따리상)들이 한국 화장품들을 싹쓸이한 덕분이다. 그러나 2017년부터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화장품 로드숍들의 거품이 꺼지게 됐다.화장품 로드숍 한 관계자는 “이미 4~6년 전부터 내수 침체로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힘들었는데 이들을 지탱해주던 중국인들의 수요가 빠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며 “국내에서 기초체력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너도나도 K-뷰티의 겉모습만 보고 뛰어들면서 화장품 로드숍 업계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숨 쉬었다.올리브영 매장 모습. H&B스토어의 부상은 화장품 로드숍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이 됐다.
◆K-뷰티 치고 오는 중국과 일본= 중국, 일본 등 해외 기업들의 공세도 화장품 로드숍과 국내 화장품 산업의 위협 요인이다. 아시아, 특히 전세계 화장품 2위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던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중국에서는 자국 내 브랜드의 경쟁력이 강화하며 K-뷰티를 밀어내고 있다. 시장 조사 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과 지난해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는 70% 이상을 기록한 중국의 ‘이예즈’였다. 성장률 상위 화장품 브랜드 31개 중 8개가 중국 회사 브랜드였고 한국 브랜드는 ‘AHC’와 LG생활건강의 ‘숨’과 ‘후’, ‘이니스프리’ 등 4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중국 내 매출액 기준 상위 15개 브랜드 중 9개는 중국 자국 브랜드였다.사드 사태로 K-뷰티 인기가 잦아들자 그 틈을 일본 화장품들이 메우기도 했다. 이에 일본 화장품 1위 업체인 시세이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8%나 늘었고 매출액도 사상 최초로 1조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코리아 연구원은 “K-뷰티의 콘셉트를 차용한 여러 ‘미투’ 제품, 프리미엄 소재와 고급스러운 패키징을 앞세운 J-뷰티의 등장 등으로 K-뷰티는 장기적 발전을 고심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짚었다.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업계는 현재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내수는 죽고 유통 구조가 바뀌어 경쟁은 심화하는 데다 중국 당국의 다이궁 규제로 중국인들의 수요는 더욱 줄어들고 있고, 해외 브랜드 공세도 심해져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