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에도 '시민들의 발'…'도움 준단 생각에 자부심 느껴'

'지하철 5호선 DJ'로 유명한 이동진 기관사 인터뷰

이동진 기관사 (사진=본인 제공)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그토록 뜨거웠던 한여름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조금은 이른 듯한 행복한 한가위가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걱정, 근심 잠시 내려놓고 고향 친지들과 따뜻하고 풍요로운 정을 나누시길 바랍니다."지난 20일 서울 지하철 5호선을 운전하던 이동진 기관사(50)는 승객들을 위해 이 같은 방송을 내보냈다. 그는 '지하철 5호선 DJ'로 유명하다.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을 포함해 달력 속 빨간날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직업이 있다. 지하철 기관사도 그 중 하나다. 이들은 모두가 쉬는 날에도 '시민들의 발'이 되기 위해 묵묵히 지하철을 운전한다.지하철 기관사들은 순번제 혹은 제비뽑기 등 추첨을 통해 휴일에 일할 사람을 정한다. 이 기관사가 있는 곳은 요일에 상관없이 휴일을 정한 뒤 근무를 교대하는 '교번제'를 적용하고 있다.교번제에 따라 이 기관사도 이번 추석 연휴에 열차를 몰았다. 그는 "남들이 쉴 때 모두 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가 하는 일은 남을 위한 것"이라며 "제가 일을 하니까 시민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직업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이 기관사에게 추석 연휴는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날이다. 지하철 운행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조금 지났을 무렵, 추석 연휴에 그가 운전하는 열차 앞으로 23세 청년이 뛰어 들었다. 이 기관사는 "당시 스크린도어가 얼마 없을 때"라며 "트라우마 때문에 몇 달은 일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아직도 잊을 수 없는 추석 연휴의 기억이지만 그 뒤로 이 기관사는 용기를 내 승객들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들고 열차 내 방송을 하게 된 것. 이후 지금까지 시민들에게 용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열차는 혼자 운전하지만 그 뒤에 수천 명이 타고 있다"며 "그들 속에는 가족이나 친구도 있다는 생각으로 방송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 기관사는 평소 책이나 신문을 읽다가 좋은 글귀가 있으면 메모한 뒤 조금씩 상황에 맞게 수정해 방송 멘트로 사용한다.지하철 5호선은 방화역에서 마천역, 상일동역까지 편도 약 1시간30분 거리다. 한 번 운행을 하면 왕복 3시간을 혼자서 일해야 한다. 이 기관사는 "거리가 깨끗한 건 새벽부터 청소를 해주는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있어 사회가 돌아간다고 본다"며 "5호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하라 근무 여건이 힘들지만 시민들이 열차를 이용하면서 관심을 가져줘 만족한다"고 말하며 웃었다.그가 시민들에게 바라는 것은 '작은 배려'다. 이 기관사는 "여유롭게 열차를 이용해주면 좋겠다. 문이 닫히는데 타려고 하다가 스크린도어나 출입문에 끼는 경우가 있다"며 "지하철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주는 게 기관사들의 스트레스도 덜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마지막으로 그는 본인이 했던 방송 멘트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고객 여러분 서울교통공사는 언제나 보내주시는 관심과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 인사 드립니다. 오늘도 안전하고 쾌적한 열차 운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모시겠습니다. 승차하신 열차는 마천행 열차이고 저는 고객의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사 이동진입니다. 감사합니다."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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