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의 '가리비' 전쟁 발발... 유럽판 '황당선'?

노르망디 해안 일대에서 육탄전을 벌이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 어선 모습. 영국의 소형 어선들이 가리비를 싹쓸이하기 시작하자 이에 분노한 프랑스 어민들이 영국 어선에 배를 들이박고, 돌을 던지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사진=KBS 뉴스 캡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영국과 프랑스 어민들이 양국 사이에 놓인 노르망디 해안 일대에서 가리비 어장을 두고 혈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앞두고 프랑스 근해 접근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영국 어민들이 싹쓸이 조업에 나서면서 양국 어민들간의 어장싸움이 본격화 된 것이다. 전통적인 앙숙이던 두 나라의 외교적 신경전이 가세하면서 가리비 전쟁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4일 프랑스 CNEWS 등 외신들에 따르면, 프랑스 해군은 노르망디 일대에 주둔해 양국 어민들의 충돌에 대비, 비상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노르망디 근해에서 영국어선과 프랑스어선이 충돌, 돌을 던지고 육탄전을 벌이는 등 폭력사태가 발발한 이후 프랑스 해군은 양측 충돌을 억제시키기 위해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양국 어민들이 충돌한 곳은 두 나라 사이에 놓인 영불해협에서 서쪽 노르망디 반도 부근에 있는 '센 만(Baie de Seine)'이다. 이곳은 예로부터 유럽에서 가리비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 공해상에서 양국 어민들은 가리비를 공동채취해오면서 자주 충돌해 2012년 양국간 가리비 채취에 대한 협정을 맺고, 영국 어선은 프랑스 어민들의 조업이 시작되기 전에 가리비를 채취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프랑스와 영국간 가리비 분쟁 지역인 '센 만(Baie de Seine)' 일대(빨간색 원 표시)는 예로부터 질좋은 가리비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자료=구글맵)

그러나 해당 협정에서 길이 15m 이하의 소형어선이 제외된 것이 화근이었다. 영국 어민들이 협정 규제를 받지 않는 소형어선을 끌고 와 가리비를 싹쓸이하기 시작하면서 프랑스 어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특히 영국 어민들은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 수역에 대한 접근이 차단될 우려가 커지면서 그 전에 가리비를 확보하기 위해 더 공격적인 남획을 시작했다. 이에 프랑스 어민들은 지난주 40척의 선단을 이끌고 센 만 일대에서 5척의 영국어선을 포위하고 배를 몰아 들이받은 뒤, 돌을 던지고 욕설을 퍼붓는 등 물리적 행동에 나섰다. 이에 6일부터 양국 정부와 수산업 관계자들이 런던에서 회동, 대안논의에 나서기로 했지만 양자가 서로 어획 권리를 두고 다투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전통적으로 앙숙인 양국 관계가 가리비로 인해 급랭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양국이 가리비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 노르망디 근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나치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를 해방시키기 위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펼쳤던 지역으로, 프랑스와 영국 양국 간 동맹과 친선의 상징적인 지역으로 불려왔다.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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