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윤기자
이승진기자
유관순 열사 동상의 새김글에 순국한 날짜가 '1920년 9월 28일'이 아닌 '10월 12일'로 잘못 새겨진 채 방치돼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승진 기자] 서울 광남고 2학년 이주원 양은 지난 3월 장충단공원에 있는 유관순 열사 동상의 새김글에 잘못된 사실이 있다며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1970년 건립된 해당 동상엔 유 열사의 순국 날짜와 가족관계가 잘못 표기 돼 있었다. 국가보훈처는 오류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정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도 새김글은 그대로다.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국가유공자의 공훈과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국가보훈처가 지정하고 있는 현충 시설이 무관심 속에 방치돼있다. 아시아경제가 수도권 내 현충시설 10여 곳을 둘러본 결과 정보가 잘못 기재됐거나 훼손된 시설물은 곳곳에서 발견됐다.종로구 청운동에 있는 최규식 경무관 동상 옆 향로에 낙엽과 쓰레기가 들어있는 모습.(사진=이승진 기자)
지난 22일 오후 1시께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최규식 경무관 동상에 있는 향로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향로 안에는 담배꽁초마저 쌓여 마치 재떨이를 방불케 했다. 최 경무관은 1968년 1월 21일 북한의 특수부대인 124군 부대 소속 김신조 등 31명의 무장 공비들이 남파됐을 당시 청와대 바로 옆에서 이들을 검문하다가 총격전 끝에 사망한 인물이다.경기 화성시 장안면 3·1독립운동 기념비의 유래를 설명하는 안내편이 찢어진 채 방치돼있다.(사진=송승윤 기자)
경기 화성시 장안면에 있는 3ㆍ1독립운동 기념비는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새의 배설물이 묻은 이 비석은 길가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데다 거미줄까지 쳐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비석의 유래를 설명하는 안내판은 아래쪽이 찢어진 채 방치돼 있었다.경기 과천시 갈현동에 있는 故 김승철 중위의 전사지.(사진=송승윤 기자)
시설 자체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같은 날 찾은 경기 과천시 갈현동 한 버스정류장 뒤편에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과 전투를 벌이다 장렬히 전사한 고(故) 김승철 중위의 전사지가 있었다. 이곳에는 김 중위의 공훈을 기리기 위한 비석이 세워졌지만 도로가에 심어진 나무에 가려 아예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나무 사이로 약 3m 높이의 태극기만이 얼핏 보이는 탓에 이곳에 무언가 있다는 사실만 겨우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