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과학수사 차량.
현장감식반은 또 다른 단서를 발견했다. 작은 방의 창문이 깨져 있었고, 외부 벽에는 신발 족적(발자국)과 장갑의 흔적이 발견됐다. 주방에서는 접시와 전자레인지가 떨어져 있었다. 화재의 충격이라 보기 어려운 모습들. 여러 상황을 종합한 경찰 과학수사 요원들은 "외부에서 창문을 깨고 들어온 범인이 주방에서 집주인과 충돌했고, 흉기를 이용해 살해한 다음 증거를 인멸하고자 방화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장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사건 당시를 재구성해낸 것이다.프로파일러는 범인을 잡기 위해 한발 더 나갔다. 사건 발생 지역에서는 3건의 연쇄 살인이 일어났다. 모두 여성을 대상으로 했고, 귀를 잘라갔다. 그런데 그간 노상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침입이 이뤄졌다. 범인이 더욱 충동적으로 변했다는 방증이다. 이제 신속히 용의자를 특정해 체포하는 일만 남았다.24일 서울 용산구 경찰청인권센터에서 열린 '과학수사 토크콘서트'에서 경찰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교수와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과학수사 요원들이 관객들과 마주하고 있다.(사진=이관주 기자)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겠지만, 실제 범인은 없다. 이 사건은 경찰 과학수사 요원들이 '과학수사'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만든 '가상'의 사건이니 말이다. 경찰청 주최로 24일 서울 용산구 경찰청인권센터에서 열린 '과학수사 토크콘서트'에서는 경찰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와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요원 4명이 참석해 생생한 과학수사 현장을 전했다.이날 행사는 경찰 지망생을 비롯해 일반 시민과 학생 등으로 좌석이 꽉 찰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권 교수는 "과학수사는 퍼즐과 같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협업과 경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이라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사람을 보는 것이 과학수사의 본질"이라고 말했다.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