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사진=아시아경제 DB)
이미 영어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유명한 단어가 된 '재벌(chaebol)' 역시 그 근원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대기업체제인 '자이바츠(財閥)'에서 온 단어였으나 이제는 완벽히 한국에서 기원해 통용되는 신조어로 정착했다. 오너 가문이 전체 계열사를 왕국처럼 경영하고, 경영권 역시 과거 전 근대시대 왕조처럼 3대 이상 세습을 하는, 혈연기반의 지배체제는 이제 전 세계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쉽게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특히나 한국의 계약서 상에 등장하는 갑(甲)과 을(乙)에서 파생된 '갑질'이란 단어는 외국인들 입장에서 번역에 매우 애를 먹는 단어일 수 밖에 없다. 정확하게 뜻이 통하는 단어를 찾는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통 갑질을 최대한 원뜻에 근접하게 영어로 표현하면, 'boss somebody around'나 'lay down law to', 'power trip' 등의 표현을 쓸 수 있다고 알려져있지만, 이 표현만으로 갑질이란 단어에 내재된 사회구조적 문제점과 갑이 부릴 수 있는 횡포를 100%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외신들을 통해 이런 한국의 신조어들을 받게 되는 외국인들 입장에서, 재벌, 갑질, 개저씨 같은 신조어들이 기존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을 강화시키는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민주주의와 산업화의 역사가 일천한 아시아 지역들의 시민의식이나 기업문화가 아직 미개하여 발생하는 리스크 정도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