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임성민 지음/ 웨일북 펴냄/ 1만3000원
우리나라와 같이 바닥을 이용하는 문화에서는 과자 부스러기가 더럽게 여겨지지만 카펫을 까는 서양에서는 부스러기보다 엎질러진 우유가 더 더럽게 받아들여진다. 더러움에 대한 인식과 이를 깨끗하게 만드는 기술(청소법), 난방을 하는 방식부터 가구를 배치하는 행위까지 어느 것 하나 그냥 생겨난 것은 없다. 모두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생활습관이자 생활양식, 문화를 반영한다.공간을 보존하기 위해 변화와 유지를 가로지르며 반복하는 이 행위에는 '비움으로써 충만해진다'는 붓다의 철학부터 '빗자루를 탄 마녀'와 같은 여성차별의 역사, 상처를 다루는 프로이트의 심리학까지 담겨 있다. 청소를 통해 더러움을 없애는 사람(청소부)에 대한 역사적ㆍ사회적 차별을 짚어보고, 청소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도 귀띔해준다.나아가 청소가 주는 자유를 아는 사람은 언제든지 다시 깨끗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실의에 빠지거나 무기력해졌을 때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고 격려한다. 힘든 일이나 무거운 감정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 공간을 청소하고 주변을 정돈하다 보면 '그래 한번 해보자!"하는 마음이 들고 다시금 충만한 에너지를 채우게 된다는 것이다. 쓰레기를 내다 버리듯 마음 속 우울과 슬픔도 덜어낼 수 있다.혹시 오늘 하루 당신의 삶이 버겁다고 느껴졌는가? 쓸고 닦을 힘조차 없어 책상 위에도 마루 위에도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가? 이번 주말엔 창문을 다 활짝 열어 젖히고 오래된 먼지부터 쓱쓱 털어볼 일이다. 어쩌면 청소 끝에 보이는 것이 나의 모습이고 나의 삶일지 모른다. 마침 바깥은 한창 봄이 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사회부 차장 ikjo@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