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원세훈 재판’ 개입...“사법부에 큰 불만, 전원합의체 회부해 달라'

국정농단 관련 직무유기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공작 사건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당시 항소심 판결에 대해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이 같은 사실은 22일 ‘법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가 공개한 법원행정처 문건들을 통해 드러났다.이날 공개된 문건 가운데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이라는 문서에 따르면 청와대는 ‘항소기각을 기대’한다면서 법무비서관실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재판 전망을 문의했다.문건에 따르면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을 뒤집고 원 전 원장에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자 “청와대는 크게 당황”한 것으로 돼 있다. 특히,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것과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줄 것을 희망”했다.
이와 관련해 곽모 당시 법무비서관은 “전원합의체 회부는 오히려 판결 선고 지연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며 소부에서 판결을 내려주기를 희망한 정황도 드러났다.이 같은 청와대에 반응에 당시 법원행정처는 “사법부의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상세히 입장을 설명”하고 “향후 내부 동향을 신속히 알려주기로” 했다. 심지어 대법원의 “대응방향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유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검찰을 채근할 수도 있겠으나 무죄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개인 변호사를 채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재판 관련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이 같은 내용의 문건이 공개되자 법조계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대법원이 행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재판결과를 보고하고 “담당 재판부의 동향 파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 자체가 심각한 헌법위반이라는 것이다.법조계 관계자는 “재판과 법원의 독립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행위를 대법원이 스스로 저질렀다”면서 “현직 법관이라면 탄핵사유”라고 말했다.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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