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균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리허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하균 기자]24일 그리스 올림피아 신전에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가 타올랐다. 올림픽의 성지, 그리스의 햇빛으로 불을 붙여 개최국의 메인 스타디움까지 옮기는 성화 봉송은 올림픽 개최의 주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올림픽의 역사와 함께한 만큼 성화 봉송에는 다양한 일화가 엮여있다. 하지만 첫 올림픽부터 성화 봉송이 이뤄졌던 것은 아니다.1936년 베를린 올림픽 성화/사진=IOC 공식 홈페이지
▷나치 문양이 새겨진 최초의 성화봉첫 성화는 제9회 올림픽이 치러진 19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타올랐다. 하지만 성화를 아테네에서 직접 가져온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불을 붙여 올린 성화였다. 성화 봉송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부터 시작됐다. 당시 올림픽조직위원장이었던 칼 디엠 박사가 성화를 출발지인 그리스 아테네에서 도착지인 베를린까지 봉송하는 과정을 구상해냈다.이 성화봉에는 나치를 상징하는 독수리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후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며 성화가 봉송된 나라의 역순으로 침공하기도 했다. 결국 제14회 런던올림픽에서는 나치의 잔재라는 이유로 성화 봉송이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이에 IOC는 전쟁을 일으킨 독일과 일본을 올림픽에서 배제하는 대신 성화 봉송을 올림픽 헌장에 추가하고 1952년 제15회 헬싱키올림픽부터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동계 올림픽에서는 1936년 독일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에서 치러질 때 처음 성화가 밝혀졌고, 1964년 인스부르크 올림픽부터 하계 올림픽과 같이 그리스에서 채화되는 전통이 시작됐다.2014 소치 올림픽 성화 봉송이 우주에서 이뤄지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바닷속, 우주, 호수 등 이색 성화 봉송성화 봉송은 이색적인 경로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1978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는 이온 입자를 위성으로 전송해 캐나다 오타와에서 받아 불씨를 되살리는 방법으로 성화가 바다를 건너갔다. 바닷속과 우주를 거쳐 옮겨진 경우도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밝힌 성화는 세계 최대의 산호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사이를 지나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를 타고 우주정거장까지 다녀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성화는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했고, 2014년 소치 올림픽 성화는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났다가 돌아온 뒤 바이칼호 아래에서 다음 주자에게 넘겨지기도 했다.2016 리우 올림픽 성화 봉송 도중 시위대가 주자를 향해 소화기를 뿌리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물세례 맞고, 담뱃불로 불붙이고... 성화가 봉송 과정에서 꺼진 경우도 종종 있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악천후로 성화 불이 꺼졌고,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강풍에 불이 날아가기도 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카누 경기장에서 운반되던 성화에 파도가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IOC는 이렇게 예상치 못한 사고로 불이 꺼질 경우를 대비해 봉송 주자를 따라가는 차량에 예비 불꽃을 준비해둔다. 성화가 꺼질 경우 이 램프로부터 재점화 받아 성화 봉송을 계속하는 것이다.그런데 지난 2014 소치올림픽 에서는 추운 날씨로 인해 꺼진 성화 불꽃을 예비용 성화에서 불을 붙이지 않고 경호원이 자신의 라이터로 성화에 다시 불을 붙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반면 자연재해가 아닌 의도적인 성화 봉송 방해로 불이 꺼지기도 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성화는 티베트 시위대 저항에 세 차례나 재점화를 했다. 2016 리우 올림픽 당시는 정치·경제적 상황에 올림픽에 반대하는 시위대로부터 소화기 세례를 맞기도 하고 성화봉송자가 공격당하기도 했다.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경로[이미지출처=연합뉴스]
▷101일, 7500명, 2018km…해녀 봉송부터 로봇 봉송까지세계 올림픽 역사상 38번째 성화봉인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은 그리스를 일주한 뒤 11월1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국내 봉송을 이어간다. 국내에서도 성화봉은 다양한 방법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제주 해녀와 수중로봇에 의한 봉송, 거북선을 이용한 봉송, 강강술래 봉송, 무주 태권도 봉송 등 지역 특색에 맞춘 봉송이 성화봉을 기다리고 있다.성화봉의 전국 유랑은 다음날인 11월2일 제주도에서부터 시작돼, 101일 동안 7500명의 주자의 손에서 전국 2018㎞를 거쳐 내년 2월9일 개회식장 성화대에 점화돼 대회 기간(17일)동안 불을 밝힌다.김하균 기자 lam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