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올해 국정감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2일 국무조정실 등 주요 부처들을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20일간 진행된다. 이 기간 국회는 상임위원회별로 중앙부처와 산하기관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한국은행 등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활동을 벌인다. 관련서류 제출 요구, 증인·감정인·참고인의 출석요구, 검증, 청문회 개최 등의 권한이 상임위에 부여돼 있고, 누구든지 이에 협조하도록 법이 정해 놓았다.이번 국감은 공교롭게도 열흘 간의 추석 황금연휴 직후에 열린다. 국감을 준비하는 국회나 피감기관 직원들은 연휴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국회의원실에 근무하는 한 보좌관은 추석 전날과 당일을 제외하고 계속 출근을 해야 했다. 감사를 받는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관련부서 직원들도 국회에서 요구한 자료 준비를 위해 연휴 일부를 포기해야 했다. 국회 보좌진이나 피감기관 직원들 모두 국감이 끝날 때까지 자료 준비로 밤을 새우는 일은 매년 반복된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국감"이라며 칼을 갈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 무능, 인사 먹통, 정치 보복을 3대 신(新)적폐로 꼽고 공세를 벼르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 다른 야당들은 각각의 색깔을 드러내며 과거 정부와 현 정부를 싸잡아 비판할 태세다.국회의원 300명에게 국감은 전쟁이다. 피감기관과의 전쟁, 의원들 간 그리고 여야 간의 전쟁이 한바탕 치러진다. 밋밋한 질의와 비판으로는 언론과 국민의 시선을 잡지 못한다. 국감장에 사진이나 그림 자료를 들고 나오는 것은 기본이다. 과거 국감에서 코뽕, 쌍꺼풀안경 등 셀프 성형기구를 사용하거나 몰래카메라가 부착된 모자와 안경을 직접 착용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아파트 화재와 관련해 알루미늄 패널에 직접 불을 붙이고, 멸종위기 야생동물 밀렵을 지적하기 위해 유리상자에 구렁이를 담아오기도 했다.이도 저도 없으면 호통을 친다. 매년 언론의 기사 제목으로 등장하는 '올해도 호통국감'은 국회와 언론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정책 비판에 몰두하는 의원보다 피감기관을 큰 소리로 몰아붙이는 의원이 언론의 눈길을 끌었고, 이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데 열중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결과다. 이번에는 언론에서 '사라진 호통국감'이란 제목이 나올 수 있을까. 쉽지 않다. 그렇다고 호통치는 의원들을 바라보는 언론과 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예리한 칼로 부패·부정의 급소를 찌르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이 많아진다면 이것 역시 정치의 진보다.조영주 경제부 차장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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