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식사]②메뉴 변천사…칼국수에서 송로버섯까지

대식가 대통령, 혼밥 대통령

칼국수(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역대 대통령의 청와대 만찬 메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칼국수다. 그는 칼국수가 개혁과 청렴을 상징한다고 여겼다. 김 전 대통령의 칼국수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다고 한다. 청와대 요리사들이 칼국수 맛을 제대로 못 내자 자신의 단골집 사장까지 초청해 가르치게 할 정도였다.노무현 전 대통령이 좋아하던 음식은 삼계탕이었다. 장관이나 수석들과 만날 때는 물론 기자들과 간담회 때도 청와대 근처에 있는 삼계탕 집을 자주 이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하면 국밥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대통령 선거 당시 국밥을 먹는 TV 광고 때문이다. 그는 이 광고로 서민적인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쇠고기와도 인연이 깊다. 광우병 파동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는데 2008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는 한우 갈비와 미국산 쇠고기를 만찬 메뉴로 올렸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식가였다. 야당 총재 시절 김영삼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할 때 청와대에서 내놓은 칼국수만으로 양이 차지 않아 다시 식사를 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그런 그가 청와대 만찬 메뉴로 자주 내놨던 것은 중식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었던 2003년 청와대에서 부부동반 만찬을 할 때도 중식을 먹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식사법인 '혼밥'은 '불통'을 상징하는 단어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박 전 대통령의 조리장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평소 TV를 보면서 혼자 식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낯선 사람과 밥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되는 체질이라는 이유였다. 그런데 정작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호화메뉴'로 지탄을 받았던 이도 박 전 대통령이었다. 2016년 8월11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지도부를 초청해 송로버섯, 캐비어, 샥스핀, 바닷가재, 한우갈비, 능성어 등을 내놨다. 당시 이정현 대표가 특히 좋아한다는 이유에서 냉면도 곁들였다고 한다. 이 메뉴에 대해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트위터에 "조선시대 임금도 가뭄, 혹서 등으로 백성이 고생할 땐 감선령을 내렸다. 임금 밥상에 올리는 반찬 가짓수를 줄이라는 것이다. 고통을 분담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백성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조선시대 임금도 알았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며칠 뒤 8ㆍ15 경축사에서 국민에게는 "어려운 시기에 콩 한 쪽도 서로 나눠 먹자"고 했다.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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