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휴가]②세계 각국 정상들의 휴가는?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과 달리 미국과 유럽의 정상들은 휴가를 제대로 즐긴다. 국내외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휴가를 떠난다. 세계 정상들이 휴가를 보내는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미국 대통령은 사실상 ‘무한 휴가제도(unlimited vacation policy)’의 혜택을 누린다. 대통령 휴가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에는 2~4주 간 장기휴가를 떠나는 게 관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 후 첫 여름 휴가를 떠났다. 그는 17일 동안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지냈다. 5일 트위터에 “백악관이 보수공사를 시작해 베드민스터에서 일하고 있다. 휴가가 아니다”라며 일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8년 재임기간 동안 총 28차례 휴가를 갔다. 날짜로 따지면 217일에 달한다. 연평균 27일 꼴로 휴가를 다녀온 셈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주로 전용 휴가지였던 하와이나 마사스 비안야드에서 골프를 치며 휴식했다. 그는 2014년 여름 대규모 흑인 소요사태, IS에 의한 미국인 참수 사건 와중에도 16일 간 휴가를 가졌다. 지난해에는 루이지애나 홍수 피해 사태에도 골프를 강행하다가 비판을 받았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휴가를 즐겼다. 그는 8년 재임기간 중 총 879일의 휴가를 썼다. 2005년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도 휴가를 단 하루만 단축했을 뿐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총 174일을 쉬었다. 휴가를 덜 쓴 편에 속한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8년 재임기간 동안 355일을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자신의 목장에서 보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조지아주 웜스프링스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6개월을 머물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영국 '더 선' 캡처

유럽 정상들은 주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년에 한 달 이상 쉰다고 알려져 있다. 메르켈 총리는 주로 남편과 유럽을 여행하며 휴식을 취한다. 2013년 크리스마스 휴가 때는 스위스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다 골반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또 메르켈 총리는 올해로 9년째 이탈리아 북부 산악 휴양지 쥐트리롤 줄덴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이번 여름에도 3주간의 일정으로 이곳에 방문했는데, 5년째 같은 옷을 입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현지 언론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적어도 5년 연속 같은 차림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대통령들은 남부 해안가에 마련된 중세 시대 요새 ‘포르 드 브장송’ 대통령 휴양지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조르주 퐁피두, 자크 시라크,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모두 취임 첫해 이곳을 방문했다. 프랑스 대통령의 휴가에는 늘 파파라치가 따라다니는데, 이곳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워 경호가 편리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부촌에 자리한 정부 소유의 대통령 별장으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휴가와 관련해 어떤 일정도 공개하지 않았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프랑스 남동부 코트라쥐르로 여름휴가를 떠나며 기자들과 동행했다. 당시 올랑드 대통령은 ‘평범한 보통 대통령’을 내세우며 시민과 함께 고속열차를 탔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7년 선거를 마친 뒤 가족과 미국 뉴햄프셔로 날아가 호숫가에 있는 초호화 숙소에서 시간을 보냈다. 영국에도 사치스러운 휴가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례가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2003~2004년엔 카리브해 섬나라인 바베이도스에 있는 영국 팝가수 클리프 리처드 소유의 호화 별장에 머물렀고, 2006년엔 마이애미에 있는 세계적인 팝그룹 비지스의 멤버 로빈 깁의 호화 저택에서 휴가를 보냈다. 이와 달리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2012년 가족과 함께 포르투갈 휴가를 떠나면서 저가항공사 이지젯을 이용해 화제가 됐다. 한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달 24일부터 3주간 휴가를 다녀왔다. 메이 총리는 남편 필립과 함께 이탈리아 북부 휴양지 데센자노 델 가르다에서 지내는 모습이 공개됐다.

옷 벗고 낚시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br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휴가 때마다 건강미를 뽐내는 사진을 공개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도 남시베리아 투바공화국에서 휴가를 보내며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푸틴 대통령이 상체를 노출하고 일광욕을 즐기는가 하면, 강에서 낚시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과거부터 푸틴 대통령의 휴가 사진은 상체를 드러낸 채 말을 타거나 사냥을 하는 모습으로 채워져 있다. 이를 두고 강인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서방 언론은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중국 정상들은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에 있는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유명하다. 중국 최고 지도부와 당 원로가 참석하는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공산당의 향후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 행사로 굳어져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휴가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조만간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해 휴가를 겸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학 스캔들·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등 악재 이후 개각을 단행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아직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경은 기자 silv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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