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예술 딜레마 속 부유하는 육면체

이배경 작가 [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전시장 1층에 자리한 ‘제로 그래비티 스페이스(2017)’는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작품이다. 관람객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공간을 자유롭게 다니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가상의 육면체는 무중력 공간에서 부유한다. 10여 년 동안 미디어 작업을 이어온 이배경 작가(48)는 공개된 신작을 통해 AR작업을 처음 시도했다. 기술의 신비함이 창작 의도와 예술적 성취를 깎아내릴 수 있다. 기술에 작가의 세계관을 맞춘 것인지 작가의 세계관에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한 것인지 그 선후관계는 애매하다. 작품은 작가가 고민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AR기술은 작가들이 꺼려한다. 개인적 입장에서 보면 아직 (AR기술은) ‘위험한 장난감’ 정도로 생각한다. 작가의 의도를 얼마나 표현해줄 수 있을까’에 대한 점은 아직 반신반의다. 미디어 작가들이 선뜻 사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술을 사용하긴 했지만, 이미지 자체는 중성적인 육면체를 선택했다.” 그가 경계하는 AR의 위험 요소는 ‘재미’ ‘흥미’ 따위다. 그는 “너무 재미에 치중하면 관람객은 ‘이 작품을 작가가 왜 시도했는지’ 생각하지 않게 된다. 재미 요소를 덜고, 공간과 시간, 상념만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만 구성했다”고 했다.

전시장 1층 전경[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

이외에도 작가는 지하 1층 ‘공간(2017)’에 무빙 사운드를 활용했다. 공간감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함이다. 덕분에 감각의 확산과 새로운 인식의 세계를 구현했다. 그는 디지털 미디어의 변화와 발전 속에서 우리들이 익숙한 상황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시각적 한계를 넘어 어떠한 감각으로 세계를 인지하는지 실험한다. 그는 “AR의 재미 요소는 단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새로운 매체를 접했을 때의 생경함에서 오는 재미일 뿐이다. 우리가 TV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을 생각해보면 쉽다. 프로그램이 재미있다기보다 그저 사람이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 드라마, 스포츠, 뉴스 할 것 없이 하루 종일 봤던 시절과 같다”고 했다. 작가는 딜레마를 겪는다. 신기술이 주는 흥미에 치중하지 않으면서도 기술과 예술의 적절한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 그는 “작품의 미학적 요소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며 해석의 여지가 늘었다. 평소 시도해보고 싶었던 기술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접하는 가상공간들을 공간으로 인식하는 사람보다 소통의 장(場)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보다 많아졌다. 지금 즈음에 다시 한 번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하 1층 전시장 전경 [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

결론적으로 그는 작가가 표현하려는 것이 가능하다면 새로운 기술을 쫓아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첨단(尖端)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작가가 뛰어나도 기술에 치중하면 개발자들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닐 수밖에 없다. 미디어아트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원래 사용목적으로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TV를 전시장에 걸면 드라마를 틀어놓지 않는 이유와 같다.” 2일 열린 이배경의 개인전 ‘공간&시간, 상념’은 오는 20일까지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계속된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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