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한 청와대, 앞길 검문 '오락가락'

평시 검문 안하겠다 했지만 시위 늘자 불시 검문일부 택시·버스 세워 행선지 묻기도"업무 특성상 검문 전혀 안할 수 없어"[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청와대가 앞길 개방 이후 검문 방식ㆍ대상 등을 두고 오락가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초 청와대는 청와대 앞길을 시민들에게 24시간 전면 개방하고 평시 검문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청와대 앞길 개방 이후 시위가 늘어나자 택시와 일부 버스 등에 대한 검문을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앞길이 시민들에게 24시간 전면 개방된 지 한 달여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경찰이 수신호로 차량을 소통시키고 있다.

3일 청와대 경호실에 따르면 청와대 앞길에 배치된 경호원들은 택시와 일부 버스에 한해 정차를 유도하고 행선지를 묻는 등 검문을 재개했었다. 한 경호실 관계자는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포함하면 분수대 광장만 (시위가) 하루 40건이 넘는다"며 "이 때문에 택시와 일부 버스에 한해서 검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앞길의 기습 시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청와대 인근에 배치된 경호원들은 택시 탑승자의 연령대나 옷차림 등을 보고 시위자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특히 1인 시위를 자주 하는 노인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버스에 대한 검문은 지방에서 시위를 목적으로 올라오는 단체를 파악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지난 6월부터 청와대 앞길이 전면 개방된 가운데 27일 오전 11시 청와대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금속노조, 전국철거민협의회, 동물보호단체 등이 동시다발적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관주기자)

그러나 일각에선 이를 두고 당초 앞길을 개방한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 6월 50년 만에 청와대 앞길을 전면 개방했다. 당시 주영훈 경호실장은 "경호실은 친절한 경호ㆍ열린 경호ㆍ낮은 경호는 국민의 자유로운 참여와 소통을 보장하는 게 관건이라는 판단 아래 통제 위주의 경비체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진한다"고 말했다.청와대 경호 업무의 특성상 택시나 버스 등의 검문을 전혀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경호실의 설명이다. 또 다른 경호실 관계자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위에 한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검문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인 시위자만 특별히 따로 검문을 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인근을 찾은 시민들은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날 청와대 앞길에서 만난 한 시민은 "청와대 인근을 다 개방하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검문을 하니) 내가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대통령 경호를 위해 일부 검문이 불가피하다고 처음부터 알렸으면 혼선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설 기자 sseo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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