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공항점 철수로 더 멀어진 '세계 1위'…롯데免의 한숨(종합)

그나마 '흑자' 내던 해외 매장 현지 업체에 밀려 눈물의 폐점자국우선주의·경쟁기업 견제에 녹록지 않은 해외사업 "사드·면세점 특혜 파문 등 국내 이슈 대처도 버거운데"

2012년 1월3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점 개점식 모습.(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글로벌 면세시장 2위' 롯데면세점이 국내에 이어 해외에서도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인한 매출 타격을 채 수습하기도 전에 해외 법인 중 알짜로 통했던 자카르타 공항점이 재입찰에서 탈락한 것. 몰아치는 국내외 악재에 롯데면세점의 위상은 점점 더 위축되는 모습이다. 1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3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점 영업을 종료하고 매장 내 상품, 시설물 등을 인근 자카르타 시내점으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자카르타 공항 면세점은 신공항 건설과 5년 입점 계약 만료를 계기로 재입찰을 진행했다. 롯데면세점은 기존 사업자로서 신공항 면세점 입찰에 자신 있게 뛰어들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롯데면세점은 "이번에 인도네시아 현지 업체들만 신공항 면세점에 들어가게 됐다"며 "자국우선주의를 뚫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2년 1월 개점한 자카르타 공항점은 롯데면세점의 해외시장 진출 1호로 상징성 있는 매장이다. 국내 면세점업계 전체에서 최초의 해외 영업장이기도 하다. 이런 자카르타 공항점의 폐점은 롯데면세점에 단순히 '여러 해외 매장 중 한 곳 정리'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자카르타 공항점은 몇 안 되는 '흑자' 해외 영업장이었다. 이 매장은 900㎡(272평) 규모에 향수, 화장품, 주류, 담배 등 전 품목을 취급했다. 영업 2년차인 2013년부터 매출 128억원을 올리며 순항했다. 당시 자카르타 공항 면세점 전체 매출의 44%에 달했다. 롯데면세점은 "2018년까지 매출의 40% 이상을 해외에서 창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속속 해외로 진출해 자카르타 공항점 철수 전까지 자카르타 시내, 일본 간사이 공항과 도쿄 긴자, 미국 괌 공항, 베트남 다낭 공항, 태국 방콕 시내 등 매장 총 7곳을 운영했다. 해외 사업은 녹록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해외에서 5개 면세점을 운영하며 총 900억원대 매출을 올렸는데, 당기순손실이 490억7000만원에 이르렀다. 초기투자금과 임대료가 높은 상황에서 손님이 기대만큼 들지 않은 탓이다. 자카르타 공항점 사례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사업 지속성 우려도 상존한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방콕에서 태국 국영기업인 킹파워의 견제에 시달리고 괌 매장을 놓고는 미국 DFS와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이스캠프'인 국내 상황은 암울하다. 올해 들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이슈가 불거져 롯데면세점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국내 면세시장 점유율 50%를 웃도는 롯데면세점은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금지령이 내린 3월 중순 이후 중국인 매출이 35% 빠지면서 지난달까지 누계 피해액만 4000억원에 달한다. 사드 외 국정 농단 ·면세점 특혜 파문 연루 리스크도 현재진행형이다. 한편 글로벌 면세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는 최근 롯데면세점 지난해 매출이 47억7000만유로(약 6조770억원)로 기존 세계 2위 DFS를 앞질렀다고 밝혔다. 희소식이 분명함에도 롯데면세점은 웃지 못한다. 올해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타이틀을 곧바로 내려놔야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국내의 탄탄한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초기 리스크를 극복하고 정착해 '세계 1위'가 돼야 하는데 목표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며 "국내외 모두 어려운 현 상황이 얼른 나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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