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A글로벌리포트]중국,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심윤섭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 차장

[아시아경제]베이징은 북한의 신의주와 비슷한 위도지만, 한여름 기온은 40도에 육박한다. 겨울에는 시베리아 칼바람이 불어오고, 강이 없어 물이 귀하다. 인근 몽골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은 한국이 겪는 황사의 몇 배에 달한다. 이러한 악조건과 중국의 동북쪽에 치우친 지리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은 수 백년간 중국의 수도로 자리잡았다. 베이징이 중국 여러 왕조에 걸쳐 수도로 자리잡은 이유는 복합적일 것이다. 다만, 중국을 장악했던 북방 유목민족인 여진(금), 몽골(원), 만주(청)족이 유목을 할 수 있는 최남단이자, 고향에 대한 지리적 근접성을 감안해 베이징을 수도로 삼았다고 한다. 중국은 긴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굴곡과 격변의 현대사를 겪어서인지 밖에서 보여지는 것 이상의 모습들이 많다. 베이징에 주재하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부분 중 하나는 중국인의 경제적 마인드이다. 우리보다 더 시장주의적이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생활상을 도처에서 보게 된다. 먼저 베이징에서 한국인이 모여사는 왕징(望京) 지역 아파트의 3.3㎡당 시세는 400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왕징은 시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시내는 더욱 비싸다. 게다가 사회주의라 아파트 부지는 여전히 국가 소유다. 하지만, 베이징은 13억 중국인 대부분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로서 수요가 넘치니 가격도 계속 올라가는 것이 정상이란다. 중국의 공휴일은 대부분 연휴다. 공휴일이 주중인 경우 정부에서 친절하게 휴일을 변경해 주말과 이어지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월요일이 어김없이 대체 휴일로 지정된다. 최근 일부 도시에서는 주 2.5일 휴무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매달 2차례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까지 2.5일을 쉬고, 대신 주중 근무시간을 그만큼 늘리는 방식이다. 중국에서는 이직도 자연스럽다. 급여 등 처우조건이 나으면 인정에 연연하지 않고 이직하는 게 상식이다. 경험을 쌓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몸값도 크게 오르는 것이 보편적이다. 인력수급이 우리보다 시장논리에 충실하고 이성적이다. 베이징에서는 온라인 구매와 핸드폰 결제가 일상화 돼 있다. 현금이나, 신용카드만 고집하면 풋내기 외국인으로 취급받기 쉽다. 특히 핸드폰을 이용한 물품 구매, 공유차량 서비스, 공유자전거 이용 등의 편리함은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앞선다. 관리상의 문제점도 있지만 경제성과 편리함이 이를 압도하면서 관리 위주의 선진국에서는 시작도 못했을 비즈니스가 중국에서는 가능해 지기도 한다. 이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사태로 인해 많은 우리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중국에는 해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득이 되면서 상징성이 큰 소비재, 문화, 유통 분야의 피해가 크다. 반면 중국에 필요한 핵심부품인 반도체, 철강 등의 대중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의리 중심의 관시는 작동하지 않았지만, 대체불가한 기술력으로 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기업들은 화를 최소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예로부터 지금까지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천하의 모든 왕래(관계)는 이익을 중심으로 오고 간다'는 말이 있다. 동남아 경제를 주름잡고 있는 화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중국인은 이재에 밝고, 상술에 능하다. 타고난 경제적 본능이 있는 듯 보인다. 사드 사태를 통해 중국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우리는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이웃하며 살아가야 한다. 한반도의 통일뿐 아니라 통일한국 시대를 열어가는데도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고(知彼知己, 白戰不殆) 한다. 우리가 중국과 중국인이란 상대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다시 한번 깊이 성찰하고 대비해 나가야 할 때이다. 중국,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심윤섭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 차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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