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에 변수 아닌 상수로 작용…주가에 영향 못 미쳐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권성회 기자] 삼성전자가 애플과 인텔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내고도 주식시장에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4조 영업이익'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지난 7일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다. 다음 거래일(10일)에는 1.67% 상승했지만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감안하면 상승폭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날 오전에는 다시 1% 가까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증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코스피에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전날 미국증시가 하락한 영향도 있었지만 기대 이상의 호실적에도 주가의 추가 상승흐름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삼성전자의 실적 호조는 확고한 사실이 되어 주가에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페타 콩플리(Fait accompli·기정사실)'가 되었다"고 봤다. 페타 콩플리는 유럽의 전설적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처음 정의한 것으로 어떤 사건이 '확고한' 사실이 돼 더 이상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올 들어 코스피 실적 컨센서스의 상향 조정을 주도해온 IT섹터의 호실적이 더 이상 투자자들의 추가 매입을 자극할 요인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고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미 주가가 많이 올랐고 실적을 확인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현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랐고, 이를 확인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이 나오면서 주가가 다시 관망세를 보이는 것이다. 앞으로 삼성전자 주가 향방은 다음 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진행된 이후에 다시 들어가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실적발표일 다음 거래일에 다시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며 "지금까지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다면, 앞으로는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접근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분기 잠정 실적 발표가 있었던 지난 4월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당시에도 '영업이익 9조9000억원'을 달성하며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지만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내내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2분기 전망이 상향조정되기 시작하면서 본격 상승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3, 4분기 또 다른 신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반도체 부분의 실적 확대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 1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목표주가를 300만원으로 올려잡은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올해 32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해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라며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15조2600억원,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82.7% 증가한 53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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