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기자
삼성전자 실적 추이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삼성전자가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는 샴페인을 터트리는데 주저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이뤄진 대규모 투자와 업황이 맞물리면서 호실적을 기록한 것은 결국 '경영 판단'의 성과라는 이유에서다. 지금과 같은 총수 부재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호실적은 커녕 미래 성장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내놓고 있다.◆'혁신의 아이콘' 애플ㆍFANG 영업이익 제쳐=2분기 삼성전자 실적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매출 60조원과 영업이익 14조원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 기업에서도 보기 드문 성과이기 때문이다.삼성전자가 세운 14조원의 영업이익은 금융을 제외한 전세계 기업 중 가장 높은 실적이다. 그동안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애플은 2분기 실적 전망치가 105억5000만달러(약 12조2000억원)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숙적' 애플을 뛰어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평택 1라인) 외경[사진=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은 오는 9월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이 출시 예정이어서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애플 아이폰8 출시가 예정돼 있어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선제적 투자 효과…3년 후엔 장담못해= 삼성전자는 이번 실적이 3~5년 전 과감한 투자로 이뤄진 결실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장기 실적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수감에 따라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호실적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는 수요에 따라 언제든지 상승세가 꺾일 수 있는 산업이다. 실제로 2013년~2014년 반도체 영업이익은 1~2조원에 불과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메모리를 양산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9년 이후에도 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 스마트폰 역시 전세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고 있으며 중국 기업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는 막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올들어 이렇다 할 인수합병(M&A)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인텔, 구글, 아마존 등이 앞다퉈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기업을 사들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의 좋은 실적은 과거 반도체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시황이 맞물린 결과로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것"이라며 "총수 부재 상태에서 3~5년 후를 내다볼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릴 수 없어 내부적으로는 위기감도 크다"고 지적했다.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