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노조 '졸속매각 중단하고 원점서 재검토하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SK증권 지부 조합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앞에서 '졸속 매각 반대'를 외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권성회 기자)

[아시아경제 권성회 기자, 문채석 기자] "졸속매각 결사반대! 고용안전 쟁취!"SK그룹으로부터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SK증권의 노동조합원들은 현재 매각 절차를 '졸속 매각'이라 규정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SK증권 지부 조합원들은 6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SK증권 다 죽이는 졸속매각은 중단해야 한다"고 외쳤다.SK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오는 8월까지 SK증권을 매각해야 한다. SK는 지난달 28일 SK증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자 중 케이프투자증권, 호반건설, 큐캐피탈파트너스 등 3곳을 적격인수후보로 선정했다.그러나 조합원들은 세 곳 모두 부적격 후보로 정의했다. 큐캐피탈파트너스의 경우 '구조조정 전문회사'이며 지배구조가 복잡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재매각될 수 있다는 점, 케이프투자증권은 LIG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다수의 지점을 폐쇄하고 엄격한 직원평가를 통해 임금을 삭감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호반건설은 대주주의 편법승계와 '일감 몰아주기'로 비판을 받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이규동 SK증권 지부장은 "큐캐피탈파트너스는 '기업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곳이고 케이프투자증권은 6개월마다 직원평가를 통해 평가가 안 좋은 직원의 임금을 20% 삭감하고 있다"며 "노조 지부장의 경우 1년 만에 급여가 40% 삭감된 상태"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호반건설은 금융의 '금'자도 모르는 건설사가 어떻게 증권사를 운영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집회 현장에 모인 조합원들(주최 측 추산 400명)은 이 지부장의 발언에 호응하며 '노동조합 동의 없는 매각 반대'를 외쳤다. 일부 조합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 20대 중반 조합원은 "SK 측이 매각을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말을 해줘야 한다"며 "다른 조합원들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너무 답답할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SK증권에서 22년간 근무해왔다는 조합원 강영철씨는 "성장과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매각은 용납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이 지부장은 SK 측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매각이 결정되자 장동현 SK사장은 '튼튼한 기업에 인수돼서 SK증권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지만 말뿐이었던 것 같다"며 "어떤 기업이 인수하게 되더라도 SK증권의 신용등급은 하락할 수밖에 없고 신뢰해주던 고객들도 하나둘씩 멀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SK증권 지부 조합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우비를 챙겨 입고 자리를 지켰다. (사진=권성회 기자)

집회 도중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조합원들은 우비를 챙겨 입은 채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사회적 기업을 자임하는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이 SK증권 가족들을 버리듯이 매각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역시 "신자유주의 정권이 들어서고 그동안 증권사 수입이 급감한 데다 직원들은 구조조정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SK는 고용안전 100% 보장, 노조와 매각 과정 협의라는 기존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김호열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도 "이번 집회가 SK증권이 13년 만에 진행하는 집회로 알고 있다"며 "건실하고 꾸준히 이익을 내오는 회사였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거리로 내몰릴지 몰랐다. 조합원들은 졸속매각을 막을 권한이 있다"고 외쳤다.

이규동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SK증권 지부장이 '삭발식'을 거행한 뒤 '졸속 매각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편 이 지부장은 이날 집회에서 SK증권 졸속 매각을 반대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졸속매각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SK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총파업을 선언하고 전면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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