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연기자
초창기 아이폰 / 사진=위키피디아
2007년 6월29일. 초창기 아이폰 2G 모델이 출시된 날이다. 앞서 같은 해 1월9일 스티브 잡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스콘 웨스트에서 열린 맥월드 컨퍼런스에서 처음으로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 애플이 휴대폰을 재발명합니다.(Today, Apple is going to reinvent the phone)."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아 미국 CNN은 27일(현지시간) 애플의 수석부사장이었던 스콧 포스텔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날 포스텔은 아이폰이 MS가 2000년에 개발한 태블릿PC와의 경쟁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하며 흥미로운 탄생 비화를 꺼냈다.스티브 잡스의 아내 로렌 포웰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직원의 아내와 친한 친구 사이였다. 자연스럽게 어울린 사교 모임에서 이 MS 직원은 잡스의 면전에서 "우리가 새로운 태블릿PC와 (스타일러스)펜으로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며 자랑했다고 한다.포스텔은 당시 약이 잔뜩 올라 출근한 스티브 잡스의 모습을 기억했다. "월요일에 스티브가 오더니, 욕설을 한바탕 쏟아내고서 이렇게 말했다. '그들에게 태블릿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자.'"사진=아시아경제 DB
1세대 아이폰이 탄생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시제품이 존재했다. 초기 버전은 스크린이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이었다고 한다. 심카드를 넣는 틈새를 없애자는 강한 의견도 있었다.(당시 토니 파넬 부사장) 어떤 팀은 맥 운영체제(OS) 대신 리눅스를 쓰자고 하기도 했다. 베젤(전면 디스플레이를 감싸는 금속 테두리)을 포함하느냐에 대해서도 길고 지루한 논쟁이 지속됐다.가장 극심했던 논쟁은 아이폰에서 키보드를 제거할 것인지 여부였다. 결과적으로 키보드를 넣지 않은 것은 훌륭한 결정이었다. 토니 파델은 CNN과 인터뷰에서 "하드웨어 키보드만큼 좋은 것은 없었지만, 이 키보드를 없애는 순간 다른 장점들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3년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과 난항 끝에 개발된 아이폰은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었다. 아이폰은 터치를 통해 작동하는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하면서 기존의 MP3플레이어나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갔다.애플의 전 수석엔지니어였던 앤디 그리뇽은 "이미 생각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면 아이폰은 절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회사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만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이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에 대해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것 중 가장 끔찍한 경력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최고로, (아마도) 가장 위대한 결과를 낳은 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경제 티잼 박혜연 기자 hypark1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