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오해와 진실]경총 '비정규직은 무조건 나쁜 일자리인가' 반격(종합)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한국경영자총협회 비정규직을 나쁜 일자리로 치부하고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본다면 일자리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해결을 위해 인력 활용의 유연성을 높여 기업들의 정규직 채용 부담을 완화시키는 한편 기업들은 불합리한 차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에 따르면 비(非)정규직은 '정규직 아닌 일자리'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일 뿐 공식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된 개념은 아니다. 즉 근무기간을 정하지 않고 공채 등으로 채용된 전형적인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칭하고 이와 조금 다른 조건으로 채용된 근로자는 모두 비정규직이라고 부른다. 경총은 "고용형태가 다른 것을 나타내는 개념에 불과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마치 '선(善)과 악(惡)'처럼 대립적으로 보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데 비정규직이라는 용어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현실 그대로 인지하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우리나라 근로자 절반이 비정규직?=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의 절반이라는 주장은 자의적 기준에 의해 과대 계상된 수치라는 지적이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는 644만4000명으로 전체 근로자 중 32.8%를 차지했으며 임시직은 14.9% 수준이다. 비정규직이 절반이라는 수치는 노동계에서 고용형태에 의한 분류(정규직, 비정규직)와 종사상 지위에 의한 분류(상용직, 임시직, 일용직)을 혼재해 산출했다는 것이다. 임시직 519만6000명, 일용직 146만4000명에 상용직 중 비정규직 207만7000명을 합산하면 873만7000명이며 이는 임금 근로자의 44.5%에 달한다.

경총은 "이는 상용 정규직 근로자가 아니면 모두 비정규직이라는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과대추계한 수치에 불과하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외국에 비해 넓은 범위로 비정규직이 많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진실을 더욱 왜곡해 전달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비정규직이 190만명이나 된다는 것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경총에 따르면 노동계가 주장하는 대기업 비정규직 190만명은 고용형태공시제도로 수집된 수치를 합산해서 나온 결과다. 고용형태공시제란 300인 이상 대기업이 근로자의 고용형태를 매년 게시하도록 한 제도다. 이에 따라 공시 의무가 있는 기업들은 매년 사업장에서 고용하고 있는 모든 근로자를 그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단시간, 기간제)와 소속되지 않은 근로자(파견, 용역, 도급 등 아웃소싱)로 분류해 공시해야 한다. 대기업 비정규직이 190만이라는 수치는 이러한 고용형태공시제 자료를 근거로 확실한 정규직을 제외하고 그 나머지를 모두 비정규직으로 분류해 나온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비정규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확인된 정규직이 아니면 모두 비정규직으로 판단해 비정규직 규모를 실제보다 상당히 과도하게 추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별 기업들이 현황을 각자 입력함에 따라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중복돼 공시되고 있어 고용형태공시제 자료를 통계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은 경기에 따른 인력조절이 불가능한 경직적인 법제도와 성과가 아닌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한 연공형 임금체계에 있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경기가 좋을 때에는 필요한 만큼 사람들을 많이 뽑고 경기가 안 좋을 때에는 상황에 맞게 고용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일단 직원을 정규직 형태로 채용하면 조절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많은 기업들이 개인의 능력과 성과보다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의 부담은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다.경총은 우리 기업들이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규직 과보호로 대표되는 경직적 노동시장과 생산성과 무관하게 인상되는 연공형 임금체계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기업의 부담금 부과는 오히려 일자리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생산성 향상 없이 기업 이윤이 고정된 상황에서 비용 부담이 증가한다면 고용 규모의 축소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부담금은 비정규직 활용이 불가피한 기업에서도 최소한의 필요 인력만 고용하게 해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증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자본집약형 생산 활성화 및 생산기지 이전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경총은 정규직 강제 전환, 부담금제 도입은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인력 활용의 유연성을 높이고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해 기업들의 정규직 채용 부담을 완화시키는 한편 기업들의 불합리한 차별 개선을 위한 노력과 기득권 근로자의 전향적인 양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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