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 “문재인 한 명이 이 세상을 바꿔 주지 않는다” '나는 부정한다' GV

정의의 정상화…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22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영화 '나는 부정한다' GV를 진행 중인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곽명동 영화전문기자 / 사진=이은혜 기자

22일 오후 9시30분경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김광진 전 국회의원과 마이데일리 곽명동 영화전문기자가 영화 ‘나는 부정한다’ GV(Guest Visit)에 참석해 관객들과 함께 영화의 의미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김 전 의원은 “문재인 한 명이 이 세상을 바꿔 주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의를 정상화시키고 강함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국민들이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어떻게 새로운 나라를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나는 부정한다’는 나치에 의한 유대인 홀로코스트가 존재했었다는 당연한 역사적 사실을 법정에서 증명해야 했던 유대사학자 데보라 립스타트(레이첼 와이즈 분)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지난 18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언급하며 소개해 더 유명해졌다. 이날 GV에서도 이 영화를 5.18과 위안부 등 역사적 사건에 비춰 본 관객들의 질의가 많이 이어졌다. 김 전 의원은 평소의 역사관과 의원 생활을 지내며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가감 없이 솔직한 의견을 꺼내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김 전 의원은 “국방부에서 아무리 아니라고 공식발표를 하는데도 5.18이 북한군이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 나라가 그런 걸 크게 저지하지 않으니까 재판에 져도, 조금 말을 바꿔서 다시 (계속)하지 않나. 그걸 어느 정도까지 용인하는 게 정상적인 사회, 또 민주주의 사회인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또 표현의 자유의 문제에 대해서는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며 “표현의 자유도 지켜져야 하는데, 지금 우리 다수가 옳다고 믿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가 말하는 표현의 자유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본인의 주장을 펴야 한다, 또 우리 상식의 범주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인데 우리의 상식은 어디까지 맞는 것인가”라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나는 부정한다' 영화 포스터

‘나는 부정한다’ 영화의 배경은 1990년대 초중반으로,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독일의 통일로 인해 네오나치가 등장하던 시대다. 인종차별주의와 여성혐오가 만연하고 정치적 선동에 의해 역사적 진실이 흐려져 가던 사회적 분위기를 이 영화는 사실적으로 그려낸다.주인공 데보라는 영국 최고의 변호사 앤서니 줄리어스(앤드류 스캇 분), 리처드 램프턴(톰 윌킨슨 분)과 함께 진실을 지키기 위해 힘겹게 싸워나간다. ‘그냥 합의하는 게 어떠냐’, ‘왜 유난이냐’는 불편한 시선을 감내하며 터무니없는 거짓 주장을 직면하고도 감정을 꾹꾹 내리눌러야 하는 그들은 전체 유대계를 위해, 생존자들과 희생자들의 기억을 위해 절대로 싸움에서 질 수가 없다.곽 기자는 홀로코스트 부인론자에 대해 “실제로 데이빗 어빙 같은 사람들, 홀로코스트 부인하는 사람들의 패턴이 있다”며 ‘동기화된 추론이론’이라는 심리학적 용어를 소개했다. 이어 “그들은 전체 맥락을 완전히 무시하고 편의적으로 중요한 것만 갖다 쓰면서, 알려진 건 철저히 외면하고 안 알려진 걸 주장하며 자기들이 옳다고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곽 기자는 조직적으로 역사적 실체를 부인하는 세력들에 맞서 개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민주 시민으로서 해야 할 것은 적극적으로 투표하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고 표현하고, 상식과 정의를 서로가 서로에게 외치고 주장하는 것 아닐까”라고 답했다. 그는 “그런 삶을 자기가 먼저 실천하고 바로 옆에 있는 관심 없던 사람들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들이 작은 차원에서 벌어져야 나중에 큰 눈덩이로 불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한편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사실 우리 시민들은 (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할지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다”며 “지난겨울 촛불집회 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노래도 불렀지만 공화국은 무엇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가 당연히 갖춰야 할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가르쳐 주지 못하는 교육, 이런 걸 바로잡지 않으면 정당문화와 언론문화가 그대로 답습될 것”이라며 “기회가 될 때마다 (국민들이) 이런 자리에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22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영화 '나는 부정한다' GV를 진행 중인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곽명동 영화전문기자 / 사진=이은혜 기자

<다음은 GV에서 나온 곽 기자와 김 의원의 말말말>김 전 의원(이하 김) : 이 영화를 오늘 처음 봤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재판으로 뒤집는 극적인 느낌은 없어서 아쉬웠다. 중반까지는 주인공이 감정적으로 구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왜 역사학자로서 재판에 집중하지 못하고 감정에 몰입해 재판을 망치려 할까’ 생각이 많이 들었다.곽 기자(이하 곽) : 보충 설명을 하자면, 이 영화 원제인 ‘DENIAL’은 이중적 의미가 있다. 홀로코스트 부인론자들의 얘기이기도 하지만, 데보라 립스타트가 스스로 부정을 하는, 내가 나로서 증언하고 싶은데 스스로를 부정하면서 가둬놓고 전문 변호사들에게 맡긴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도 5.18처럼 진상 규명을 해야 할 것이 많이 있지 않냐. 현재 한국 현실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면?김 : 영화 중간 대사에서도 나왔는데, ‘이걸 계속 추모해야 되나’(라는 것). 이걸 듣다 보면 세월호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씀하시는 분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곽 : 아직도 미국에선 오바마가 케냐 출생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증명서까지 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김 : 하나의 거짓말로 얼마나 많은 가짜뉴스가 생성되나. 팩트 체크도 언론사마다 다르다. 우린 대체 뭘 믿고 이 사회를 살아야 하나. 이때 깨어 있는 시민들이 각자의 지성의 총합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우리 일상에서 고민할 지점인 것 같다.곽 : 이 영화 마지막 장면 기억하시나. 주인공이 조깅하다가 어떤 청동상을 카메라가 비춰주는데, 그 청동상은 보아디케아(Boadicea)라고, 영국에서 로마군과 싸웠던 전설적인 여왕이다. 카메라가 그 뒤를 비춰주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연결되어 컴컴한 지하를 보여준다. 홀로코스트가 역사의 블랙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다. 이 블랙홀을 정확하게 우리가 들여다보지 못하면 그 밑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김 :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고 흔히 말하지 않나. 그러니 대한민국에선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렇게 말하고도 장관이 되는 나라 아닌가.홀로코스트에서도 나왔지만 유럽에서는 (전범들이) 나치, 식민지 (열강)에 부역한 게 들킬까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늙어서도 재판 받으면 100년형 받고 감옥에 간다. 그런데 우리나라 생각해보면 할아버지가 일제에 나라를 팔아 얻은 땅이니 돌려달라고 재판하는데, 대부분 이긴다. 국유지로 가진 넓은 땅을 거의 대부분 친일파 후손들에게 넘겨준다. 다른 나라에서는 부끄러워 소송은 고사하고 우리 할아버지가 그랬다는 말도 못하고 살 텐데.이제는 정말 강한 것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나. 정의라는 건 우리 손에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이 정의라는 걸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가. 상식적이지 않고 모든 사람을 폄하하는, 예를 들어 LGBT나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을 혐오, 비난하고 심지어 축출하자고 내세우는 정당이 정상적인 정당일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해 국민들이 고민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아시아경제 티잼 박혜연 기자 hypark17@asiae.co.kr이은혜 기자 leh9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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