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웅 통일연구원장 '어떤 상황에서도 남북교류해야'

'북핵과 관계 없이 최소한 인도적 지원 지속해야'

"헌법 명시된 대한민국은 한반도 전체…새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돼야""대화 위해 통일부 위상 지금보다 높아져야"

손기웅 통일연구원장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손기웅 통일연구원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남북간 교류협력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사에서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밝힌 만큼 국책연구원장의 이 같은 입장은 새 정부 대북정책에도 입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손 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새 정부의 대북, 통일정책' 관련 인터뷰에서 "핵문제는 국제적 이슈인 반면, 남북문제는 결국 우리의 문제"라며 이 같이 제언했다.손 원장은 그러면서 "당장 경제협력이 힘들다면 인도적 지원, 체육교류라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통일연구원은 지난달 말 '지속가능한 통일·대북정책 제언'에서 "통일국가를 지향하기 위해서, 또한 향후 대한민국의 국가성장을 위한 동력 확보를 위해 북한과의 접촉과 교류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그는 "대한민국 헌법에는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면서 "새 대통령은 남한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살피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대북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손 원장은 제재 위주의 대북정책은 오히려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김정은이 도발하는 이유는 우리가 응징할 경우 분단 고착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북한이 원하는 권력안정, 체제유지와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또 제재만 하다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커지는 반면, 우리나라의 입지는 좁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변화한다고 할 때, 우리가 어떤 연고권을 주장할 수 있겠냐"면서 "결국 국가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손 원장은 이 같은 측면에서 전 정부가 집권 초기 남북 통로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운 후 잇단 핵실험에 강경일변도로 선회한 점에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그는 "2013년 드레스덴선언은 남북간 경제 문화 통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힘을 잃었다"면서 "국가전략이라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까지 모두 감안해야 하는데, 드레스덴 선언하고 4, 5차 핵실험했다고 이를 틀어버린 것은 결국 정부가 앞을 내다보지 못했다는 점을 자인한 꼴"이라고 비판했다.손 원장은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대화를 통한 내부 균열을 이끄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그는 "북한에 핵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자유민주, 인권과 복지라는 비대칭 전력이 있다"면서 "결국 북한주민이 군사도발과 핵무기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새 정부는 비폭력적인 무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강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손 원장은 "미국은 자유민주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면서 "한반도 전체에 자유민주, 인권과 복지를 뿌리내리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 대통령이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그는 "오바마 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측면을 강조하기가 오히려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내세운 '전략적 인내'는 결국 한반도에 두개의 한국을 인정하는 정책인 반면, 트럼프의 강력한 핵불용 정책은 자유민주라는 가치를 전달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자유·인권 등의 가치를 북한에 심는다고 할 경우 미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손 원장은 새 정부에서 개성공단 재개 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우리가 문을 닫은 만큼 다시 열자고 북한에 제안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우회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는 "북핵, 군사도발 위협 상황에서 현금이 대규모로 오간다는 비판을 받는 개성공단 대신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는 라인을 새로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손 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통일부 위상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의 통일부 위상은 극도로 약화됐다"면서 "통일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주변국에 남북관계가 특수하다는 점을 알리는 만큼, 통일을 국내차원에서 준비하고 국제적으로 지지얻어 결실을 맺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대북정책의 핵심은 우리 사회를 북한 주민들이 보다 잘 알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탈북자 관리에 정부가 보다 세심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손 원장은 "북한주민 변화를 이끄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 탈북자"라며 "통일을 위해 이 사람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사실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 등 지인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성공스토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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