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새 정부에서는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재벌중심의 경제구조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아왔다. 임기 초반부터 불법경영승계를 막기 위한 조치들이 적극적으로 단행되고, 법인세 인상ㆍ상법 개정 등 부의 재분배를 위한 기업규제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기간 동안 수차례 삼성ㆍ현대차ㆍSKㆍLG 등 '4대 재벌' 개혁 방침을 선언하며 "재벌의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고,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재벌개혁의 골자는 재벌총수일가의 불법 경영 승계 근절, 상법 개정을 통한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ㆍ전자ㆍ서면투표제 도입,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사면권 제한 등으로 요약된다.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상법개정안은 재계에서 가장 부담을 호소해 온 공약 중 하나다. 이사를 선임할 때 소액주주의 권한을 높일 수 있는 집중투표제와 주주총회 시 전자투표 의무화 등이 담겨있다. 단 1주만 있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대표소송 단독주주권 도입도 기업에 대한 주주들의 경영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일환이다. 새 정부는 계열공익법인ㆍ자사주ㆍ우회 출자 등을 통한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는 데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지주회사 부채 비율(현행 200%)과 자회사ㆍ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현행 상장 20%ㆍ비상장 40%) 등을 높일 계획이다. 금산분리와 관련해서는 금융계열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계열사 간 자본출자를 자본적정성 규제에 반영하는 '통합금융감독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제2금융권까지 규제를 확대할 경우 현대차ㆍ롯데 등 대기업 계열사에 직격탄이 예상된다.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근로자 대표를 기업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 최대 10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복합쇼핑몰 영업규제 등의 도입 방침도 밝혀왔다. 또 민생 갑질을 뿌리뽑기 위해 검찰, 경찰, 국세청 등 범 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갑질행태를 감시하고 중소기업 납품단가 등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의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겠다는 증세 방안도 발표했다.이 같은 공약은 국정과제로 만들어지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대거 반영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공약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2%대 성장조차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에서는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계는 무작정 때려잡기식 재벌개혁이 자칫 기업의 경제활동을 억눌러 투자,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장 상법개정안의 경우 국회 통과마저 불투명하다. 여소야대 구도에 내년 개헌ㆍ지방선거 등도 앞두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팀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정책이 중장기적인 변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으나 구체적인 정책이 나올 때까지 핵심정책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문 대통령 역시 일부 공약에 대해 기업 현실을 반영해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순환출자기업에 대해서는 '즉시 해소'가 아닌 '단계적 해소' 방침을 언급했으며, 법인세 인상 역시 '재원 부족 시'라는 단서를 달았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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