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외교관 ‘육군 군악대’… 군기 살려주는 이들의 음악

육군 군악대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육군 군악대는 지난 2015년 4월 한장의 초청장을 받았다. 미국 버지니아주 노폭시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군악제 초청장이었다. 당시 '버지니아 파일럿' 지역신문은 3개 면을 할애해 국제군악제에서 공연한 육군 군악대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당시 미합동전력사령부 재임스 매티스 사령관은 "한국문화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무대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명성을 날린 육군 군악대의 장병들을 만나기 위해 1일 계룡대 육군 군악의장대대를 찾았다.

아침뉴스에서는 한 낮 최고기온이 25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보했다. 육ㆍ해ㆍ공군 본부가 모여있는 계룡대 정문에 들어서자 아스팔트에는 아지렁이처럼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육군 군악대대 건물 1층은 악기 종류별로 연습실이 별도로 마련됐다. 마치 음대에 온 것 처럼 여기저기서 각양각색의 연주 소리가 흘러나왔다.

군악대 소속 양악대 행사복을 입고 단체 연습장에 들어서자 장병들이 저마다 악기를 메고 연주연습에 한창이었다. 마치 교향악단의 작은 음악회를 보는 듯 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악기는 바로 수자폰. 길이만 1m가 넘어보이는 트럼펫처럼 생겼다. 악기를 어깨에 멜 경우 온몸을 감싸듯 안을 수 있다. 하지만 무게가 13kg에 달해 웬만한 체력을 키우지 않으면 연주가 불가능했다. 군 관계자는 "장병들은 연주를 하며 행진할 때 악기의 무게도 견뎌내야 하고 음정을 놓치지 말아야하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도 베이스드럼 앞에 서서 연주에 동참했다. 간단하게 여겨 도전했지만 막상 악기를 다루는 것은 어색했다. 오른손으로 채를 잡고 드럼을 두드리는 순간 왼손으로는 북의 표면을 잡으면서 울림을 막아줘야 한다. 손동작을 번갈아가며 연주를 해야 했지만 음정을 쫓아가기도 버거웠다. 악보를 읽는데도 미숙해 계속 엇박자를 내기 일쑤였다.

군악의장대 김경호 대장(중령)은 "음대를 졸업한 장병들은 최고 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대를 한 우수한 장병들"이라며 "하지만 군행사 등 민군관계의 가교역할을 하는 행사를 앞두고 나서는 수 주일을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엔 우리 전통악기를 다루고 있는 국악대연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악대는 육군에서 1968년 9월에 창설한 군악대 소속으로 행진 중에 전통공연을 선보인다. 외국군조차도 국악대의 화려한 복장과 리듬에 반해 국제군악제에 빠짐없이 초청장을 보내고 있다.

군에서 지휘봉에 해당하는 등채를 손에 든 국악대장의 지휘에 따라 장병들은 연병장에 모였다. 국악대 전통복장을 처음 입어본 기자는 마치 한복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다. 맨 앞에 서 긴 나팔처럼 생긴 나발을 손에 들었다. 악기의 무게는 무겁지 않았지만 전통연주인 만큼 지켜야 할 순서도 많았다. 다발에 달린 기는 수평을 이뤄야 했고 국악대장의 구호에 따라 일사천리로 흐트럼 없는 움직임을 지속해야 했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 기자는 학창시절 배웠던 피리를 연상하며 나발을 몇 번이나 불어봤지만 소리는 커녕 쉰소리만 뿜어져 나왔다. 입술을 떨며 배에 힘을 주고 한 번에 숨을 내뱉으라는 말에 소리는 조금 흘러나왔지만 연주는 거의 불가능했다. 취타대는 외국에서 볼 수 없는 특유의 리듬에 따라 연주를 시작했다. 첫 리듬에 맞춰 행군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동시에 숨을 크게 내쉬며 나발 연주를 시도했다. 하지만 장병들과 달리 폐활량이 적은 탓인지 소리가 자꾸 끊겼다.

숨이 곧 차올랐지만 리듬을 놓치지 않기 위해 쉴 새 없이 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연주 5분 만에 현기증을 느꼈다. 장병들은 이날 연습에서 임금이 행차할 때 연주했던 '만파정식지곡'은 물론, 국립국악원이 행진곡으로 만든 '청천'까지 연주를 이어갔다. 연습 30분이 넘어가자 전통복장 안에서는 땀줄기가 흘러내렸고 가죽으로 된 신발은 열기로 후끈했다.

장문성 국악대장은 "외국군은 우리 육군 국악대를 보며 화려한 의상, 생소한 악기, 특유의 리듬에 반한다"며 "국악대가 우리군의 외교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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