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당 2000만원 들여 지하철 20곳에 설치…시민 외면에 골칫덩이 전락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시민들이 서울 수돗물을 쉽게 마실 수 있도록 주요 지하철에 설치한 아리수 음수대가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있다.24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현재 지하철 역사에 20대의 아리수 음수대가 설치 돼 있다.유동인구 10만명 이상인 역이나 환승역이 음수대 설치 가능 역사다. 시청역, 서울역(이상 1호선), 신촌역, 홍대입구역(이상 2호선), 압구정역, 양재역(이상 3호선), 사당역, 삼각지역(이상 4호선) 등 20개 역사에서 운영 중이다. 2011년 신분당선 개통으로 강남역(2호선) 음수대가 철거되면서 새로 생긴 삼각지역 음수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19대는 2005년에 설치된 음수대다. 당시 1대당 2000만원 정도의 설치비용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지하철 아리수 음수대는 찾는 사람 없이 외면 받고 있다. 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음수대를 이용해 물을 마시는 시민이 하루 평균 50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아리수 음수대가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로 상수도사업본부는 위생문제를 꼽았다. 상수도사업본부 한 관계자는 “지하철 역사에 머물고 있는 노숙인들이 주로 음수대를 사용하고, 겨울철엔 주요 역사에서 30~40명 정도의 노숙인들이 음수대 주변에서 잠을 자는 경우가 있다”며 “이로 인해 시민들이 음수대 사용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1·여)씨는 “얼마 전 지하철 역사를 지나다 한 노숙인이 음수대 꼭지에 입을 완전히 대고 물을 마시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예전에 가끔 음수대를 이용해 물을 마신 적이 있는데 그 모습을 본 뒤로 물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음수대 관리주체도 양분돼 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한 달에 한 번 수질검사를 하고, 음수대 주변 청소 등 나머지 유지관리는 서울메트로에서 맡고 있다.또 2005년에 설치한 음수대는 모두 수입산으로 수리가 필요할 때 부품을 외국에서 들여와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한 번 고장 나면 수리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상황이다. 2011년 삼각지역에 설치된 음수대만 국내산이어서 고장 시 국내에서 부품을 조달할 수 있다.상수도사업본부 한 관계자는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음수대 추가 설치에 관해 검토를 해 봤는데 효과가 낮다고 판단해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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