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태운 버스 폭발 사고 나자
상대팀 배너 든 모나코 관중석
AS모나코의 원정팬들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배너를 높이 들고 '도르트문트!'를 연호함으로써 폭발사고를 당한 홈 구단에 대한 위로와 연대를 표현하고 있다. 도르트문트(독일)=AF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독일 프로축구 도르트문트의 홈구장 지그날이두나파크. 관중석에서 노란색 바탕에 검은 활자를 수놓은 배너가 하나 둘 들어 올려졌다. 어둠 속에서 꽃망울이 터지듯 순식간에 관중석 한편을 뒤덮었다. 그곳은 원정팀을 위한 관중석이었고 배너를 든 관중들은 하양과 빨강이 어울러진 트라이콧을 입고 있었다.이날 지그날이두나파크에서는 홈팀 도르트문트와 원정팀 AS모나코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준결승의 첫 경기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경기는 갑작스러운 폭발 사고 때문에 하루 뒤로 연기됐다.독일 시간 오후 7시. 도르트문트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라리베 호텔을 떠났다. 경기장에서 10㎞쯤 떨어진 비트브레케 거리를 지날 때 세 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이 폭발로 도르트문트 구단 버스의 창문이 날아갔고, 수비수 마르크 바르트라(26)가 다쳤다. 도르트문트 골키퍼 로만 부에르키(27)는 "나는 맨 뒷줄에 바르트라와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버스 유리창이 날아갔다. 우리는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바르트라는 즉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도르트문트 구단은 트위터를 통해 바스트라의 부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독일 보안당국은 사건 직후 이번 사건에 '심각한 종류의 폭발물'이 사용됐지만 '조직적인 테러'는 아닌 것 같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곧 다른 뉴스가 나왔다. 도르트문트 경찰은 폭발물이 구단 버스가 지나가는 공원 옆 울타리 아래에 있었다고 추정했다. 그레고르 랑게 도르트문트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은 도르트문트를 표적으로 삼은 공격"이라고 했다. 그는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투숙한 호텔 주변에서 폭발 사고 세 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도르트문트 구단과 협력하여 보안을 대폭 강화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도르트문트 숙소 근처에서 또 다른 폭발물을 발견했다고 한다. 테러의 공포가 도르트문트를, 아니 유럽축구계를 덮쳤다. 지난 3일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역에서 폭탄 테러로 사상자가 발생한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유럽 한복판에서 또 폭발물이 터진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2018 러시아월드컵의 리허설 격인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의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릴 예정이어서 유럽축구계의 우려를 샀다. 지그날이두나파크에서 소식을 전해 들은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비탄에 빠지는 대신 더 목소리를 높여 그들의 팀을 응원했다. 그리고 모나코에서 먼 길을 달려온 원정팬들은 도르트문트의 배너를 높이 치켜들고 외쳤다. "도르트문트, 도르트문트!" 감동과 공감이 충격을 넘어 경기장에 일렁였다.독일 미디어인 디 벨트는 "모나코의 원정팬들은 그들이 도르트문트와 함께함을 보여주었다. 어떤 미치광이도 우리 세계와 스포츠에 대한 사랑을 해칠 수 없다. 놀라운 연민과 연대의 표현"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998~2001시즌 분데스리가의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선수로 뛴 노르웨이의 축구스타 얀 표르토프트는 "모나코의 팬들이 보여준 모습은 존중으로 가득찬, 정말 환상적인 장면이었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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