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기자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행성이 별에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공전 속도가 아주 빠르고 공전 주기가 아주 짧다. 가장 가까이 있는 행성은 지구 시간으로 하루 반 만에 별을 한 바퀴 돌고, 가장 멀리 있는 행성도 19일이면 별 주위를 한 바퀴 돈다. 모든 행성들에서 1년이 20일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행성들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서 이웃 행성이 하늘에서 지구의 달보다 몇 배나 더 크게 보일 것이다.더 큰 문제는 이렇게 별에 가까이 있으면 별의 중력 때문에 행성이 언제나 한쪽면만 별을 향하고 있게 된다. 지구의 달이 언제나 한쪽면만 지구를 향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다. 이렇게 되면 이곳의 행성들에서는 별을 향하는 곳은 언제나 낮이고 반대편은 언제나 밤이다. 밤과 낮의 변화가 없는 것이다. 별을 향하고 있는 쪽은 언제나 덥고 반대쪽은 언제나 춥다.하지만 이런 환경이라고 해서 생명체가 도저히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낮과 밤의 경계에 있는 지역은 적당한 온도를 꾸준히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오히려 생명체가 태어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곳에 있는 생명체가 지구를 본다면 '1년에 밤낮이 300번도 넘게 바뀌는 불안정한 환경에서 어떻게 생명체가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그곳의 생명체는 그곳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지구에서 태어났고 지구의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우리가 가시광선을 볼 수 있는 것도 태양에서 가시광선이 가장 강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트라피스트1 주위의 행성에 생명체가 있다면 그들은 아마도 우리는 보지 못하는 적외선을 가장 잘 볼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떠나고 싶어도 우리가 살 곳은 여기다.우리나라에서도 아마 많은 분들이 다른 행성으로라도 탈출하고 싶어 하는 미국인들의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대통령도 미국 국민들 스스로의 손으로 뽑았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 대가가 얼마나 크고 그것을 돌이키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드는지는 아마 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보면서 배웠을 것이다.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제대로 된 선택을 하자. 잘못된 선택을 되돌리기는 너무 어렵고 탈출은 답이 아니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