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기 싫어요' 사라진 왕홍, 얼굴 가리는 요우커

강한 항의에 업체들도 취재 제한…일부 브랜드도 '노출 말아달라'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국내 기업들의 중국 마케팅을 책임지던 현지 블로거들, 이른바 왕홍(網紅)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연예인급 대우를 받으며 한국 면세점과 관광지를 소개하던 이들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로 반한 감정이 확산되자 조용히 온라인상에서 사라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을 기점으로 순차적으로 중국의 왕홍들은 한국 기업 마케팅에서 발을 뺐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관계가 악화되자 안팎의 비난을 우려해 게시물을 내리는 등 흔적을 지우는 경우도 눈에 띈다. 왕홍들이 소속된 국내의 한 기획사 관계자는 "현재는 왕홍 관련 계약건이 제로(0)에 가깝다"면서 "누구도 하려하지 않고, 이미 올라왔던 게시물도 삭제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 기록까지 뒤져 '애국심이 없다', '매국노' 라는 식으로 비난이 쏟아지자 이들도 어쩔수 없이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나 쇼핑객들 사이에서도 감지된다. 면세점을 찾은 중국인들은 방송 및 온라인을 통해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 언론의 취재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실제 도심 면세점들은 최근 들어 언론사의 현장 사진 촬영 및 공개적인 취재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반한 감정이 커지면서 한류 팬이나 쇼핑객등을 대상으로 마녀사냥식 비난이 쏟아지자 중국인 고객들이 노출되는 것에 강한 불만과 항의표시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에는 취재의 자유가 있어 어쩔 수 없다고 설득하려 했으나 워낙 극렬하게 항의해 이제는 오히려 취재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브랜드에서도 노출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면서 "일단 공식적으로는 모든 취재와 촬영을 제한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실제 중국에서는 한류 스타의 팬임을 자처하며 관련 사진을 게시하거나, 롯데마트를 비롯한 한국계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일반인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나오는 한 남성에게 다른 남성이 욕설과 함께 발길질을 하는 동영상이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중국 내에서도 "맹목적인 애국" "오히려 독이 되는 행동"이라며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15일 소비자의 날부터 한국 관광을 중국 당국이 제한하고 나선 이후부터는 한국 관광이나 쇼핑을 더욱 꺼리게 될 것"이라면서 "일단 반한 감정이 잦아들 때까지 중국 현지에서 진행하던 마케팅은 중단하거나 최소화 하고 있다"고 전했다.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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