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에 무더기 영업 정지 이어 벌금 '표적 조사·조치'피해 완연·사드 배치 시작에도 정부 "긴 호흡으로 대응"
주한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발사대 2기와 일부 장비가 지난 6일 C-17 수송기편으로 오산 미 공군 기지에 도착했다. 병력과 나머지 장비들도 순차적으로 전개될 예정이다.(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주한 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용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해 중국이 무차별적 보복을 가하는 가운데 상황은 수습되긴커녕 더욱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롯데 등 한국 기업들의 피해 현실화에도 정부는 중국 측 자극 우려가 있는 만큼 '긴 호흡'으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중국 베이징 소재 롯데마트 모습(아시아경제 DB)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롯데와 국방부의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이 체결된 뒤 이달 들어 전날까지 중국 내 롯데마트 39곳이 무더기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현재 중국 현지 전체 롯데마트 점포가 99개인 것을 고려하면 3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대개 한 달씩으로 받은 영업 정지 조치 사유는 소방법, 시설법 위반 등 '애써 찾아낸' 느낌을 물씬 풍겼다. 현지에서는 영업 정지 점포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 유통 계열사는 중국 내 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일단 롯데마트 피해의 경우 39개점만 따져도 영업 정지 상태가 한 달간 이어진다면 매출 손실 규모가 3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영업 정지 이후 임금 지급 문제까지 기다리고 있다. 소방법과 시설법 위반 등 이유로 한 달간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은 중국 내 매장 23곳에서 근무하는 현지 직원들의 임금은 현행법상 영업 정지 기간에도 100% 지급해야 한다.여기서 끝이 아니다. 롯데마트는 영업 정지 외 다른 방식의 제재도 받고 있다. 베이징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지난 6일 베이징 소재 롯데마트들의 가격 표기법 위반을 적발, 벌금 50만위안(약 8300만원)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 발개위는 중국 춘제(중국의 설)를 앞두고 지난 1월20일부터 22일까지 롯데마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명절 선물 상품 할인 행사 시 정상(이전) 가격을 표기하도록 한 중국법 위반 사례를 적발, 이같이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표기법은 '할인 판매 시 정상 가격을 표기하기 위해선 앞선 일주일 간의 판매 실적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판매 실적 없이 해당 상품을 할인하면서 기존 가격을 붙여 현행법 위반 판정을 받았다. 발개위는 롯데마트에 이미 같은 사례로 행정 처분 및 시정 명령을 내린 바 있어 이번에 벌금을 부과하게 됐다고 밝혔다. 발개위 조치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춘제 등 명절을 앞두고 중국 토종 점포 대부분도 롯데마트와 똑같이 명절 선물 상품을 팔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명절 선물 상품 특성상 판매 실적이 있기도 힘들다고 롯데마트 측은 항변했다.업계 관계자는 "보통 행정 처분, 시정 명령 등이 있어도 상품에 별 문제가 없다면 이 단계에서 조치가 끝난다"며 "벌금 부과까지 간 것은 이례적이며, 이번에 조치는 물론 애초 조사 받은 업체가 롯데마트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조치 15일 내에 벌금을 납부해야 하며, 시일을 넘길 경우 매일 3%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한국자유총연맹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규탄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롯데 차원에선 도저히 손 쓸 수 없이 상황이 악화하고 하지만 당분간 개선 여지는 없어 보인다. 한·미 양국 군 당국은 7일 사드 주한 미군 배치 작업을 전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우리는 한·미 사드 배치를 결연히 반대하고 필요한 조치를 결연히 취해 안보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필요한 조치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뒷감당은 한국과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엄포가 있은 날 우리 정부가 주재한 '제9차 한·중 통상점검 태스크포스(TF)' '경제단체협의회 정기총회'에선 "한·중 양국은 앞으로 협력해야 할 분야가 많다.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긴 호흡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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