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엔 '신중' 답변…"총량, 문제있지만 시스템리스크로는 안 번질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떠도는 '4월 위기설'에 대해 "과장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이주열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월 위기설'의 근거로 언급되는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상환 부담 등에 대해 "이미 알려진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적극적으로 대비를 하고 있다"며 "4월 위기설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특히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두고선 "결론적으로 말하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 근거로는 지난해 2월에 발효된 교역촉진법을 들면서 한국이 지정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이 세부요건을 바꾸거나 1988년 종합무역법을 활용,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어 경계를 늦추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또 4월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 여부를 묻자 "현재는 계획이 없다"면서도 "만약 회사채 상환 문제로 시장이 불안에 빠지면 중앙은행이 관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총재는 "고신용(1~3등급), 고소득(상위 30%) 등 우량차주의 비중이 65% 내외로 채무 상환능력은 양호하다"며 "구조의 질적인 측면에서 개선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총량의 증가세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선 "거시적, 미시적 관점에서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하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또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정책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즉답을 피하면서 "정부에서는 거시정책과 부동산시장 등을 고려해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 대책이 점진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다음은 이주열 총재와의 일문일답. -가계부채 어떻게 진단하나.▲가계부채가 양적으로는 크게 늘어났지만 구조의 질적인 측면의 개선이 있었다. 분포상황이나 가계의 금융자산, 부채현황을 감안해 볼 때 가계의 채무 상환능력은 전반적으로는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고정금리, 분할상환 비중이 높아졌다. 고신용(1~3등급), 고소득(상위 30%) 등 우량차주의 비중이 65%내외다. 금융부채 보유 가구만을 보더라도 금융자산이 부채를 웃돌고 있다. 무디스, 피치 등 주요 신용평가기관도 국내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가계부채의 차주분포 등 질적 구조개선 노력을 감안해 한국의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가계부채를 가볍게 볼 수 없다. 올해들어서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고 대내외적으로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저소득층·저신용 취약 차주의 채무상환에 대해선 유의해서 봐야 한다.-정부가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가계대출 대책을 강화한다고 했다. 대부업체 등으로 옮겨가는 2차 풍선효과도 우려된다.▲가계대출의 높은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이 많다. 최근 효과를 나타내면서 작년 12월과 지난 1월 증가세가 낮아졌다. 최근 가계 증가세 둔화가 계절적 요인도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정부에서는 거시정책과 부동산시장 등을 고려해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 대책이 점진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최근 리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등 우려가 많다.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라가고 내수가 부진한데다 국내외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된 적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2%로 올랐지만, 봄철 농산물 출하시기를 앞두고 있고 유가의 기저효과도 약화될 것이다. 물가안정목표인 2%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성장세도 미약한데 소비도 부진하지만,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설비투자 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 재무부가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나. 환율이 조작국으로 지정이 되는 경우 금리 인하해서 방어할 수 있는지.▲결론적으로 말하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단 지난해 2월에 발효된 교역촉진법에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을 보면 우리나라는 거기에 걸리지 않는다. 단, 미 재무부가 1988년에 만든 종합무역법을 활용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또 교역촉진법상 세부 지정 요건을 바꿔 지정할 가능성도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가능성은 높지 않다. 환율에 대한 한국은행의 포지션은 한결같다.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야 한다. 쏠림 현상으로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시장안정화 차원에서만 개입을 한다. -중국이 조작국 지정될 경우 영향은.▲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 것이다. 성장이 둔화되면서 위안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높은 교역관계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 위안화 변동성이 커지면 원화 변동성도 커지게 된다. -'4월 위기설'에 대한 견해.▲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상환 부담 등을 거론하며 4월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일단 현재까지 제기되고 있는 이슈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게 아니라 이미 알려진 리스크다. 이미 적극적으로 대비를 하고 있다. 4월 위기설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FX스와프포인트 하락하면서 외국인의 원화 채권 재정거래 투자 수요를 높인다는 분석이 있다. 스와프포인트 하락에 따른 외국인의 단기물 보유 증가를 어떻게 보나.▲FX스와프레이트가 하락하는 건 크게 보면 세 가지 요인이 있다. 근본적인 것은 내외 금리 차 축소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 역회 선물환 매도 증가에 따라 은행이 포지션 조정을 위한 외화자금 조절 가능성 등이 있다.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이 재정차입 목적으로 국내 채권 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스와프레이트가 현 수준에서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외국인 투자자의 재정 차입 목적인 채권투자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경상수치 흑자에 단순히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인지, 경기 요인도 있는지. ▲흑자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해보면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경기적 요인이라고 하면 특히 저유가로 인해서 수입금액이 크게 감소했다. 내수가 둔화되면서 수입수요가 부진했다. 고령화 요인도 꽤 영향이 크다. 고령화가 진전될 수록 저축률이 높아짐에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된다. 국내 나라의 고령화 진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구조적 요인이 경상수지 확대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계량적으로 보면 경기적 요인이 크지만 구조적 요인도 상당하다. 저유가와 같은 수입단가 효과가 약화될 것이고 설비 투자 개선으로 자본 수입이 견조하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 경기적 요인의 기여분은 줄 것이지만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수출이 '브이(V)자'형 회복을 보이고 있다. 성장경로에 대한 전망은. ▲수출은 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의 수출 증가세를 보면 11월부터 물량과 금액 양쪽에서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등 글로벌 IT업황이 호조를 보인 영향이 컸다. 유가 상승에 따라서 자원 수출국의 경기가 살아나는 것 등이 수출 호조에 기여하고 있다. 지금 IT가 주도하고 있지만 비IT 품목에서 고르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수출 지역에서 호조를 보여 현재 우리 경제를 이끄는 하나의 동력으로 수출이 그 몫을 하고 있다. 수출 여건이 마냥 좋다고 볼 수 없다. 보호 무역주의 경향이 미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서서히 증대되는 상황이다. 중국도 무역제재가 있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수출여건이 마냥 좋지만 않은 것. 지역다변화, 다품종 변화 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원화 강세에 물가와 수출은 어떤 영향 받을지. ▲원화 강세에는 물가, 수출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한다. 수출의 경우 생각을 해봐야 한다. 원화 강세가 된다면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분명히 영향을 주겠지만 한국경제의 구조변화로 인해서 수출에 대한 환율의 영향력은 예전보다 낮아졌다. 근거를 말하면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비중이 높아졌다. 생산활동에 있어서 수입 중간재 투입비중이 상당부분 높아졌다. -얼마전 정부에서 채권 수익률 곡선 정상화를 언급했다. 최근 연초와 다르게 장기금리 중심으로 오르고 있는데 채권수익률(일드 커브)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시장 수요에 맞춰서 장기채 발행을 늘려 일드 커브를 스티프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정부의 발언이 있었던 걸로 안다. 장기 시장금리엔 기본적으로 경기와 물가 상황이 작용할 것이고, 해외 금리도 작용한다. 채권 수급 상황이 장기 시장 금리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정부가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는 어렵다. -물가상승률 2.0% 정도 나오면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는 것에 대한 한은의 전망은 어떤가.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개념이다. 물가상승률도 실제 물가상승률을 갖고 계산할 수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을 가지고 계산할 수 있다.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은 한국은행이 저조한 경제의 성장모멘텀을 부추기기 위해서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했단 근거가 된다. 통화정책의 기본스탠스가 국내 물가 상승압력이 크지 않고 성장세가 미약하기 때문에 당분간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과 연결된다.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로 오래간다면 경기회복엔 도움이 되겠지만 금융불균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경기회복과 금융안정 도모라고 하는 두가지 목적을 조화롭게 달성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2015년 추정해 제시한 잠재성장률은 3% 수준이다. 그 사이에 성장세 미약, 설비투자 부진, 노동력 수급상황, 인구구조 변화, 생산성 향상 등을 다 감안하면 잠재성장률 그 때보다 낮아질 것. 장기성장률 재조정에 대한 결과를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함께 FT에 항의서한을 보낸 것처럼 앞으로도 언론보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생각인지. ▲언론보도에 대해서 모든걸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 안한다. 해당 보도는 분명히 논리, 팩트가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우리가 이것에 대해서 아무의견을 내지 않으면 그대로 많은 사람에게 사실로 전달될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됐기 때문에 대응한 것. 언론에 대한 대응은 내용에 따라 팩트가 사실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파급영향 감안해서 판단을 할 사항이다. 그와 유사한 상황이 생기면 적극 대응할 것이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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