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2016년 말 1344조...차기정부 LTV·DTI카드 꺼낼까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꼽히는 가계부채가 지난해 4분기 47조7000억원 증가하는 등 한 해 동안 141조 이상 늘어 사상 최대인 134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그동안 추정만 된 가계부채 1300조원 시대가 공식으로 확인된 것이다. 가계부채는 은행보다는 관리 감독이 취약하고 서민층이 몰려 있는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에서 급속도로 증가했다. 무려 17.1% 42조6000억원 증가했다. 따라서 대출 금리가 치솟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빚더미에 짓눌린 취약 가계가 부실화할 공산이 커지면서 금융 위기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은행권에 ‘대출 조이기’를 압박한 금융당국은 이번에는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대출을 자제하라"며 점검에 나섰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은행권 대출잔액이 전년보다 13조5000억원 늘어났다고 하나 총액이 617조4000억원에 이른 만큼 가계부채가 급등한 큰 원인인 중도금 집단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한편, 정부가 완화한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여신심사 강화대상을 상가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로 확대하고 비은행권에 대한 심사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가 LTV·DTI 규제 카드를 꺼낼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가계부채 추이
◆위험수위에 도달한 가계부채 경고음 잇따라=윤용만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 연구기관인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이사장 유종일)'이 발간하는 현안과 정책 제 165호에 게재한 '가계부채의 근원과 대책'이라는 이슈페이퍼에서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가계부채 위험성을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다고 소개했다.한국은행은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에 따른 금융안정 위험이 안정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가계부채를 적정수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문제가 구조적인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국내 전문가들은 부동산거래에 따른 불로 소득이 높아 가계가 무리하게 주택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우리 경제가 안고 있음을 지적했다.윤 교수는 특히 IMF가 지난해 8월 '한국 국가보고서'에서 한국 가계부채의 위험을 이례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점에 주목했다. IMF는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한국 가계 재정상태가 안정적인 데다 정책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노력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 한국의 가계부채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지만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문제가 구조적인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해 입장을 번복했다고 풀이했다.IMF는 '한국 국가 보고서'에서 주택가격 상승 외에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구조적인 위험으로 중장년 퇴직자들의 자영업 진출에 따른 대출 증가, 전세값 폭등에 따른 대출 확대, 정 기간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갚는 거치형· 일시상환식 대출 및 변동금리형 대출 비중이 높은 점, 비 은행기관(NBFIs) 대출 급증,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한국의 미시건전성 정책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실제로 농·수·축협의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은 4분기 가계부채 증가를 주도했다. 4분기에만 13조5000억원 증가한 것을 비롯, 연간 42조6000억원 증가했다. 17.1% 증가한 것이다. 보험사와 카드사등 기타 금융기관 대출(37조3000억원, 11.5%)보다 증가규모와 증가율이 크고 높다. 이 둘을 합친 제2 금융권 가게대출 잔액은 전년에 비해 13.9%증가한 654조2000억원으로 집게됐다. 금융당국이 은행대출심사를 강화함에 따라 비 은행권의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 교수는 "2011년 이후 비 은행기관 대출이 급증해 2015년에는 총 대출의 반 정도가 비 은행기관 대출인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비 은행기관 대출은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등에 사각지역에 있고 제1금융권보다 대출이자가 높아 이자율 상승 시에 영세대출자들에게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IMF는 느슨한 미시건전성 정책도 꼬집었다. 한국의 당시 LTV한도(70%)와 DTI한도(60%)는 다른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DTI 한도를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IMF는 권고했다. LTV와 DTI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시절인 2014년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50%에서 각각 70%, 60%로 각각 완화됐다. ◆가계부채 1%↑시 소비 0.06%↓=가계부채 증가는 가계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계 빚이 늘면 소비 지출을 줄이는 만큼 국가 전체의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수출과 함께 경제를 견인하는 두 축 중 하나인 소비가 치명상을 입는다면 2%대 성장도 어려워 질 수 있다. IMF는 계량모형을 이용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증가할 경우 시차를 두고 GDP 대비 소비가 0.06%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가 소비를 억제해 중장기적으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가계부채 부실위험 결정요인에 관한 최근의 국내 연구결과도 IMF의 진단과 결과와 유사하다고 윤 교수는 소개했다.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 계층 중 사업 소득비중이 클수록 자영업자들의 가계부채 부실위험 크고, 4분위 계층이라도 부동산 비중이 높을수록 부실화 가계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윤 교수는 "급격히 증가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방법은 소득확대정책이 우선인 것은 자명하다"면서 "단기적으로 효과적인 소득정책을 펼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해 미시적 금융규제 정책 수단의 강화, 여신기관에 대한 심사기준 강화 등의 정책이 주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별 가계부채
◆금융당국 "2금융권 리스크 관리" VS 전문가 "주택담보대출 억제,금융규제 강화해야"=금융당국은 2금융권에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1일 제2금융권 간담회를 주재하고 "가계대출이 급격히 확대되는 기관에 대해 현장 감독을 실시하고 미흡한 기관은 엄중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상반기 중 호금융권 중앙회와 함께 70개 상호금융조합 및 새마을금고에 대한 특별점검을 추진하고 지난해 4분기 대출 증가폭이 큰 보험사·카드사 등에 대한 실태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관리하기 위해 다음 달 13일부터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에도 소득심사를 깐깐히 하고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도록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한편, 제2금융권에도 새로운 여신심사 기준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런 조치로 가계부채 폭증세가 꺾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35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는 이미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만큼 위험수위에 도달한 만큼 대출 총량을 억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교수가 제시한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다섯 가지 방안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집단대출 등 주택담보대출 억제, 미시적 금융규제, 여신심사 강화 대상 확대, 맞춤형 가계부채 구조조정 방안 도입,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강화 등이 그것이다.윤 교수는 "정부는 지난해 8월25일 가계부채 추가대책에서 주택분양보증 심사강화를 통한 집단 대출을 간접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면서"IMF의 권고와 같이 가계부채의 총량규제 등의 거시적 규제를 통해 부채 폭증이 나타나지 않도록 금융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가 LTV· DTI 규제를 완화한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화와 맞물려 가계부채가 급증한 만큼 LTV· DTI 규제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은행(KDI)도 가계부채 총량규제를 위해 LTV· DTI를 최경환 전 부총리 이전으로 환원시켜야 한다고 밝히는 등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 대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차기 정부가 LTV·DTI 카드를 꺼낼 지 주목된다. 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한정돼 있는 여신심사 강화 대상을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상가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로 확대하고 비은행권에 대한 심사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채무자입장에서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가계부채 감소에 따른 인센티브로 연말정산시 세제혜택 부여 등 맞춤형 조정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저신용·저소득 서민층의 금융부담 경감을 위해 맞춤형 자금지원, 금리인하 및 채무조정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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