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연이은 안팎 리스크에 '패닉'…뒤로가는 경영시계(종합)

삼성사옥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경제계가 연이은 대내외 리스크 출현(出現)에 내우외환의 위기를 겪고 있다. 밖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내외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나섰고 안에서는 탄핵정국과 조기대선 모드 속에서 경영권의 방어막을 없애는 상법개정안이 추진되고 특검이 일부 총수와 경영진을 다시 불러내 조사키로 하면서 경영시계가 멈춰서기는커녕 뒤로가고 있다.-北도발에 강력규탄…경제활동 흔들림없이 매진 주요 경제단체와 재계는 12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면서 경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복수의 경제계 인사들은 "북한의 도발에도 흔들림 없이 경제활동에 매진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내외 리스크가 잇다르는데 대해 곤혹스런 입장을 전하고 있다.기업들은 대내외 리스크 속에서 대북리스크가 가세하자 적지 않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미국의 금리인상 파장이 벌어지고 미-중간 통상전쟁, 중국의 대(對)한국 보복조치가 잇다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내놓은'한국 경제, 불확실성 함정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 정치적 불안과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 미국을 중심으로 한 통상 갈등 심화 등을 감안하면 대내외 불확실성이 과거 유럽 재정위기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가계와 기업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금융기관의 대출이 엄격해져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기세력에 먹잇감 노출된다" 경제계, 상법개정안 연이은 반발경제계는 대내외 리스크에 취약한 상황에서 경영권방어의 방패막이를 빼앗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기업은 해외 투기세력에 쉬운 먹잇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근로자대표 등 추천자 사외이사 의무선임 ▲다중대표소송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처분규제 부활 등을 담고 있다. 경제계는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1주 1의결권 등 시장경제 기본원칙을 훼손하고 소액주주 대신 투기펀드만 활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근로자대표 등 추천자 사외이사 의무선임은 회사발전보다 근로자, 소액주주 이익만 주장해 의사결정 지연과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중대표소송 도입은 주주간 이해상충 소지가 있고 소송리스크 확대 등의 부작용을 예상하고 있다.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악의적 루머공격시 투표쏠림과 결과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자사주 처분규제 부활은 정책을 신뢰한 기업만 손해 보는 문제를 재연하고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져 불확실성이 가중된다고 우려한다. 상공업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담은 상의 리포트를 지난 8~9일 양일간 국회를 방문해 각 당에 전달하고,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건의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후진국에서는 규제를 옥상옥식으로 아무리 쌓아도 잘 작동되지 않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규제 대신 시장참여주체들의 자율규범에 의해 최선의 관행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면서 "우리도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을 감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기업도 이에 따를 수밖에 없고,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주요이슈들도 하나씩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경제계도 우리 기업들이 잘못된 관행을 극복하고,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위해 자발적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신뢰 회복에 힘쓰겠다"고 덧붙였
-한경연도 가세,"투기자본 경영권개입만 부추길 것"한국에서 야당이 주도하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해외투기세력에 대한 빗장이 풀릴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공격 대상 기업 수는 2014년 344개에서 2015년 551개로 1.6배 증가했다. 그 중 아시아 국가 기업은 2014년 17건에서 2015년 83건으로 5배 가량 늘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기업을 공격하기 때문에 미국 등에 비해 시장에서 저평가되어 있는 아시아 기업들이 공격대상이 되기 쉽다.과거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일본, 홍콩, 한국 등 아시아 기업을 공격한 사례를 보면 주로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현금 보유량이 높은 기업을 타깃으로 주주환원정책을 거론하며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각을 요구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또 낮은 대주주의 지분율과 승계 문제 등을 겪고 있는 아시아 기업을 공략해 지배구조 개선을 빌미로 여론전을 펼치며 공격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 정책 기조, 반재벌 정서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요구조건을 관철시키기에 보다 용이한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있는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은 논의조차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규제를 도입해 투기자본의 경영권 개입만부추기고 있다"며 "대주주 견제는 상법 개정보다 개별 기업의 기존 내부통제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美 日도 있는 방어막, 한국은 없는 역차별헤지펀드의 본산인 미국에서조차 행동주의 투자자의 무차별공격에 대한 비판적 발언과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배구조 규제강화를 논의하면서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과 같은 효과적인 법적, 제도적 방어수단이 확보되어 있지 않아 상장회사들은 대규모의 자사주 매입이나 변칙적 순환출자 등을 이용해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5%룰 공시 관련 규정이나 감독의 맹점을 활용해 지분을 확보했다. SK를 대상으로 경영권분쟁을 일으킨 소버린 사태에서도 대주주 지분 3%룰과 같은 한국 제도의 특수성을 활용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한 바 있다.KT&G는 영국계 펀드인 TCI와 미국의 칼 아이칸 등 외국계 주주와 법정공방 등 경영권 분쟁을 겪었고 국내 일부 상장 해운사들도 노르웨이 해운사 골라LNG 등 유럽계 주주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브리핑하고 있는 이규철 특검보[자료사진]

-"특혜없었다"설명해도 이재용 재소환…재계, 特檢風에 긴장모드박영수 특검팀이 지난달 19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처음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소환한다고 발표하자 재계는 다시 긴장모드에 들어갔다. 특검은 13일 오전 9시 30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오전 10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무를 각각 재소환해 뇌물공여 혐의 추가 상황을 조사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지난번 영장 기각 이후 추가로 약 3주에 걸쳐 조사가 이뤄졌다"며 "그 사이에 추가로 확인된 부분에 대해 이 부회장을 소환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내일 소환해 추가 상황을 조사한 이후 영장 재청구 여부는 그런 사정을 고려해 판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은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과정에서 금감위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바 있다. 코스피 상장 규정 변경 전에도 (적자인 상태에서)나스닥과 코스닥 상장은 가능했고, 코스피 상장으로 인한 추가 혜택은 없다는 것이다. 삼성은 또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일부 의혹과 관련 입장자료를 내어 "어떠한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고 공정위도 특혜의혹을 부인했다.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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