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으로 가는 길은 뚫려 있지만 입주기업들은 땀과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세운 공장에 여전히 가지 못하고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b/>10일로 가동 전면중단 1년 실질피해금액 1조5000억원 넘어서입주기업 67%, 재가동시 입주희망정부와 입주기업간 피해보상 갈등은 커져재가동시에도 풀어야할 과제 많아[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정동훈 기자] 남북화합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의 가동이 전면 중단된지 10일로 1년을 맞았다. 정부가 북한의 핵 도발을 문제삼아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한 이후 입주기업들의 피해는 심각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절반 이상은 공단 재가동시 재입주할 의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재가동에 대한 현실은 어두운 상황이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10일 폐쇄됐다. 2005년부터 본격 가동된 이후 125개 업체, 5만5000여명의 근로자, 연 방문인원이 약 115만명에 달하던 생생한 통일의 현장이 사라진 것이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125개 공단 입주기업들이 입은 실질피해는 투자자산(토지ㆍ건물 등)과 유동자산(원부자재 등), 1년간 영업손실 등을 포함해 1조50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정부의 피해지원금은 3분의 1 수준이다. 신한용 신한물산 대표는 "입주기업들의 심각한 손실은 물론 주재원 1000여명 대부분이 직장을 잃었고 5000여개 협력사들과 종사자들까지 피해가 확산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성공단은 반드시 재개돼야 하고 빨리 재가동될수록 피해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호소했다.개성공단기업이 입주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업체의 67%가 '개성공단 재개시 입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개성공단의 인건비 대비 높은 생산성과 낮은 물류비, 숙련노동자 등 국내외 어디에도 이 같은 경쟁력 있는 경영환경을 갖춘 곳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통일을 염원하는 평화경제 구축을 위해서도 개성공단 재개의 가치는 높다. 대선후보들도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남북화합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 재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개성공단 전경.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을 향해 가야할 길은 멀고 험난한 상황이다. 정부가 북한의 핵 문제를 규제한다는 차원에서 공단 폐쇄를 결정했지만 핵 도발은 더 강력해졌다. 또 미국 트럼프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 핵 도발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단 재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도 안보우선주의와 남북관계 중시론의 충돌로 인해 개성공단 재개 여부를 둘러싸고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설령 정부가 개성공단을 재개하기로 방향을 정한다고 해도 실제로 공단이 재개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당분간 북핵 문제는 해결의 가능성이 크지 않은 채 긴장고도의 가능성이 크다"며 "북핵과 연동된 개성공단 문제의 변화 역시 쉽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재개 시점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이다. 입주기업의 37%는 '올해 하반기'로 꼽았다. 또 32%는 '내년 이후'라고 예상했다. '대선이후 즉시'라는 의견도 15%에 달했다. 하지만 16%는 '재개가 어렵다'고 답했다. 공단 재가동을 위한 사전단계로 입주기업들의 58%는 '남북 당국간 재가동 협의'를 1순위로 꼽았다. 재개가 된다고 해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입주기업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경협보험과 지원금 반납 문제, 재가동시 필요한 운영비 문제 등이 남아 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했을 때 입주기업들이 임금체불과 퇴직금의 미정산 등 재가동시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부분들을 정부에 제기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남북한의 정치관계가 개선돼도 계약파기와 그에 따른 경제적 정산 절차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 폐쇄에 따른 피해보상을 두고 정부와 입주기업간 입장 차이도 너무 크다. 입주기업들은 재발방지를 위한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해 줄 것과 피해보상 특별법 또는 실질 보상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부는 안보상황에 따른 피해임을 고려해 지난 1년간 기업들에 '특별지원'을 했다며 특별법 제정을 통한 '피해 전액지원'은 반대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지난 1년간 정신적 물질적으로 큰 피해와 어려움을 겪었다. 정당한 피해보상과 공단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더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 등이 정부를 상대로 남북경협 복원을 염원하는 장례식을 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중단에 따라 발생한 피해에 대한 지원금은 물론 기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여러 분야의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하여 지원 중에 있다"며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개성공단의 문을 다시 열게 되는 첩경"이라고 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제공한 피해지원금은 실제피해액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그 중에 70%는 남북경협보험금을 준 것"이라며 "경협보험금은 북한이 개성공단 문을 닫았어도 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1년간의 영업손실이나 영업권 상실 피해, 개성 현지 미수금 등에 대한 부분들은 정부지원금에 아예 빠져 있다. 정부가 일부 근로자들에 대해 피해위로금을 지급하긴했지만 이마저도 국내에서 개성공단업무를 지원하던 근로자들은 제외됐다"고 지적했다.남북관계에 진전이 없고 정부와 입주기업간의 갈등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평균 업력이 20년이 넘는 입주기업들의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평균 업력은 약 23년3개월이다. 통일을 위한 남북한 화합에 기여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장수기업으로 지속성장하려던 입주기업들의 상당수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김광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안보상 이유로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손실을 입은 기업에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다"며 "이를 위해 경협사업 중단으로 인한 손실 보상을 위한 법률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명섭 통인법률사무소 변호사(대한변협 남북교류협력소 위원장)도 "개성공단 중단조치로 인한 피해 해결 문제에 대해 정부가 시혜적인 피해지원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재산권보장 규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입법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사후에라도 즉시 입법적 조치를 취해야만 하고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보장하는 당연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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