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직장인 김재현씨(34ㆍ가명)는 최근 황당한 대출 권유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A저축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대출 신청 건 때문에 연락드렸어요”라고 말했다. A저축은행에 대출을 신청한 적이 없는 김씨는 “대출 안 받아요”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재차 전화를 걸어와 “대출 신청 건이 있어서 전화한 건데 끊으시면 어떡해요”라고 말했다. 김씨가 “제 번호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묻자 그는 “개인정보 매매 업체에서 돈 주고 샀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깜짝 놀란 김씨는 전화를 끊고 곧장 A저축은행에 연락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알고 보니 김씨에게 걸려 온 전화는 A저축은행과 무관했다. A저축은행은 즉각 해당 번호를 금융감독원에 번호 이용중지 신고를 했다.최근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사기가 늘고 있다.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은 저축은행, 캐피털 등 금융회사를 사칭해 신용도가 낮은 서민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보증서 발급비, 기존 대출상환 비용 등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는 수법을 말한다.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9월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액 1239억원 중 대출빙자형 사기 피해액 비중은 69.6%(862억원)에 달했다.금감원은 최근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한 대책을 담은 공문을 금융사에 보내기도 했다.김씨 사례처럼 사기범들은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매매하는 업체 등에서 전화번호를 구매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사기범들은 주로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에서 받은 고금리 대출을 껴안고 있는 채무자를 노렸다. 이들은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자를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다고 여겼던 피해자들은 사기범들의 말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금감원은 이 같은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가 매일 100건 이상 접수된다고 밝혔다.이외에도 검찰 경찰 금감원 등 직원을 사칭해 사기를 치는 정부기관 사칭형, 사기범이 피해자의 아버지 등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자식을 납치했으니 지금 당장 돈을 보내지 않으면 장기를 적출해 팔아버리겠다”며 협박하는 납치협박형 등이 대표적인 보이스피싱 사례다.금감원 관계자는 “연말을 앞두고 서민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이 늘고 있는 만큼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는 일단 끊고 반드시 해당 금융사에 확인하고, 금감원에 신고하라"고 당부했다.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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